12/17/2014

Station Razampeta, Chennai Express India 2006 ; memo on Dec 20 2014

이름모를 역을 지난다는 것..
인생에서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분야, 체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스쳐 지나는 느낌이랄까..

가고자 하는 역이 아닌 역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면 누굴 만나, 무슨 일이 어떻게 시작되게 되는 것일까.
내리지 말았어야 할 역에서 타의에 의해 끌어내려졌다면..

예정하지 않았던 열차 역은 그냥 스치고 지나쳐야만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준다.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 내려, 괜한 설레임에 두리번 거리다 낭패를 보게 되지 않기를..
뭐.. 꼭 다 그런것도 아니지만.. ㅎ

재미있는 사실은, 여행자의 입장이 아니었던 경우 역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그저 현실일 따름이었다는 것이다.

합병된 중소기업의 사장 노릇을 하러 서울에서 잠시 출퇴근을 해야했던 조치원 역.
한번도 내려 본적이 없었던 역이지만 중남부 대도시 여행시엔 반드시 지나치곤 했던 나름 친근하고 옛스런 이름의 조치원 역.
하지만 열차에서 내려 서 바라본 역은 당시 망가진 그 회사의 현실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었다.
공중분해되어 빚더미에 앉아 있던 회사의 전 사장이 역으로 날 픽업하러 나오는 기괴한 상황이기도 했고,
외환 환치기 범으로 옥살이까지 했던 그자는 그걸 무슨 자랑으로 여기는 듯 떠벌이며 날 그 이상한 중소기업으로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
그의 승용차에 앉아 느껴졌던 십여분 간의 납처럼 무겁고 칙칙했던 시간이라니..

어느 봄날이었는지 초겨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밤 늦게 코펜하겐 근교의 작은 역에 내린적이 있었다.
회사 미팅이 있었던 코펜하겐에 가까운 곳의 호텔에 집사람과 함께 투숙한 것이었는데,
다음 날 이른 아침 아마 서리인지 차가운 안개인지를 코속 깊히 느끼며 이 작은 이름 모를 역 벤치에 앉아 열차를 기다린 기억이 난다.
차가운 공기를 서서히 가르며 플랫폼으로 들어서던 노란색 열차의 모습은 다분히 비현실적 동화의 모습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업무출장이긴 했지만 여행의 연장 선상이라 낭만적 감상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예정하지 않았던 역에 내린다는 것은 자신이 오랜동안 닦았던 학문이나 경험, 혹은 익숙했던 조직,
또 많은 또래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쌓아오고 공유해왔던 가치관, 행동 양식, 그리고 사회적 규범등에서 떨어져 나와
전혀 무관한 길에 접어든다는 것일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길은 시작되고.. 라는 기치를 걸고 살아온 나였지만, 전혀 다른 인간 시장의 모습엔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head hunting의 대상이 되며 살던 인간 시장에서 지방 토호들의 자신들만의 네트웍과 오로지 자신들의 직접적 경험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시장으로 순간 warping 된 상황은
reconcile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은 전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었고,
교과서적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행동 방식과 그들만의 닫힌 논리 체계로 돌아가는 다분히 동물적 생존 경쟁 방식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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