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2015

'레바논', 지옥의 戰場을 보며 읽어보는 希望.. , 'Lebanon' 2010

극단적으로 통제된 상황
생사의 기로의 순간에서 조차 제 두눈으로 마음껏 외부 전투 상황를 파악할 수 조차 없다.

어디를 어떻게 벗어 나야 이 상황이 해제될 지 모르는
시가지 전투 한 가운데의 파괴된 도심 속 미로 속에서,
이 한대의 절대 절명의 쇠붙이 전차는 어디로든 미친듯이 돌진해 보지만..
그 사이 네명의 젊거나 어린 사나이들 중
전차장은 이미 정신이 돌았고, RPG에 피격된 후 전차 조종수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데..

한밤 중 적들이 틀어대는 선동 음악은
죽음 가득한 공포의 선율로 귓전과 온몸을 진동시키며 도심 뒷 골목에 가득히 퍼진다.
그리고 전차 역시 그 폐허의 한 부분이 되어버리는 와중이다.

.. 질문 있는데요!
.. 질문이라 했나??

.. 네, 이 작전은 위험한 건가요?
.. 위험?? (.. what kind of shit is this???).. 전쟁은 위험한 거다..

2주 정도 후면 소집 해제 되어 생업으로 복귀할 것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이 병사가 던진 질문에
전차 안으로 들어와 전차장에게 작전 지시 중이던 경험 많은 공수부대 소대장은
그 순진한 병사의 느닷없음에 잠시 기가 막힌다..


시리아 군이 쏜 RPG(rocket propelled grenade) 에 비켜맞긴 햇지만
그 위력적인 로케트 수류탄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 전차의 내부는 전차병들이 먹던 팝콘과 함께
윤활유와 각종 시커먼 오일이 사방으로 튀어 범벅이된다.
이후, 검고 붉은 색의 오일은 계속해서 좁은 전차 내부 공간의 벽에서 흘러 내리고
각종 계기들의 벌어진 틈 사이 사이에서 선혈처럼 흘러 나온다..

외부 세계와는 소통은 전차내부에 설치된 고정 주파수의 무전을 통해
작전 지시를 받기 위해서만 허용된다. 암호로 주고 받는 상부와의 교신에서
아군 병사는 '꽃'으로 표현되고, 아군 전사자는 '엔젤'로 불린다.

'꽃' 하나가 쓰러져 '엔젤'이 되어 전차 속으로 실려 들어와
바닥은 이제 검은 오일과 함께 엔젤의 피로 흥건하다.

전차를 거의 박살내버릴 뻔한 로킷포를 발사했던 시리아 적군 병사가 포로가 되어
사슬에 묶인 채 전차 안으로 밀어 넣어졌는데.. 오줌이 마렵다고 애걸한다.

.. 내 영화는 나처럼 그 전쟁에서 제대로 살아돌아온 모든 전우들에게 바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멀쩡한 그들은 그후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웠다.
하지만 그 당시 그 기억들은 그들 영혼의 刺傷 으로 깊이 남아 있다..

200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 상을 수상한 영화 '레바논'의 감독 Samuel Maoz 의 변이다.


처참하게 파괴된 바깥 시가지와는 아주 두터운 쇠 철판으로 경계가 이루어 진 그곳..
연기를 뿜으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굉음과 진동을 내는 이 검고 찐덕거리는 피를 가진 녀석은
하지만 우리가 이 지옥으로 부터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보호처다.




사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1차 레바논 전쟁에 대한 배경을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는 거다.

이 네명의 병사가 조종하는 탱크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백린탄의 사용은 금지가 되어있는 포탄인데 왜 이스라엘 군은 숨겨가며 그 폭탄을 쓰려 했는지,
느닷없이 나타난 팔랑헤 기독교 민병대는 도데체 뭘 하는 조직이기에 침략자를 도와 주고 있는지..
굳이 알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은연 중에, 아니 아주 의도적으로
그러한 사항에 대해 알아봐 주었으면 하고 요구한다.

.. 내 영화가 정치적 논리의 타깃이 되어 보이콧 되는 건 켤코 바람직 하지 않다.
아트가 보이콧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거다. 내 영화는 대화의 장을 열게 할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주요 이슈들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Good Morning Lebanon.. OST in Waltz with Bashir

역시 레바논 전쟁을 소재로 해 만들어진 'Waltz with Bashir'의 OST 인 이 밥 딜런 풍의 노래는
당시 소풍 가듯 전쟁에 참여했던 전쟁 경험이 없었던 이스라엘 병사들의 분위기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아름답던 도시가 폭격으로 폐허가 되고
여느 때 처럼 깨끗한 옷을 차려 입고 외출을 나서다
아이들이 놀고 있어야 할 골목길 어귀에
괴물같이 버티고 서있는 침략자의 탱크와 마주 친다면.. 어떤 심정이 될지..

간단하다.
제 나라가 힘이 없으면 이 꼴이 되는거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갈릴리 평화 작전'이라 칭하며 1982년 유월 남부 레바논을 침공하게 된다.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이 테러를 당하면서 마침 PLO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을 선포하고 바로 PLO가 거점으로 삼고 있던 남부 레바논으로 진격하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와 무슬림으로 나뉜 다수 종파들이 다툼을 계속하며 혼돈된 정국을 이끌어 가던 레바논에서는
기독교 민병대가 이스라엘의 지원하에 시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던 수니 혹은 시아 파 민병대들과
대치 중이었고 이러한 와중에 한 도시 중심의 미로 속에서 작전 중 길을 잃게되는
1개 공정부대 소대와 지원 전차 한대가 시리아 군 작전 지역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며 벌이게 되는
스토리를 다룬 영화가 'Lebanon' 이다.

2009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필두로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수상했는데
2009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한국 관객들과도 만난 것 같다.
각 나라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개봉은 2010 년 8월에 이루어 졌고
난 이곳 토론토의 컴버랜드 시네마에서 어제 감상하게 된거다.

아무래도 연애, 액션등의 오락 작품이 아니다 보니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되는 것이라
한국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수입 상영될 가능성이 있을 지는 알수 없다.


이 영화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신출귀몰한 작전의 전개로
영웅적 전투를 수행하는 전차병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당 백의 람보식 용맹을 떨치며 위기에 처한 전우들를 구하는
경험많은 멋진 소대장의 스토리도 아니다.

레바논 전 당시 한 전차를 조종하며 세상의 끝을 경험했던
네명의 전차병들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전차 포수가 조준경을 통해 바라보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그려내고 있다.

영화에서 내내 흘러나오는 음은 유압식으로 이리 저리 돌아가는 전차 포탑의 소음과
조준경이 Zoom-In, Zoom-Out 될때의 기계적 Toggle 음,
그리고 전차와 지상의 소대장과의 무전 통신 음.. 그게 전부다.

전투 상황이 긴장을 더 할 수록, 어디에 숨어있는 지 알 기 힘든 적을 찾기 위한 전차 속 포수가
게임을 위한 조이스틱 처럼 생긴 조종간을 잡고 포탑 돌리는 소리는
더욱 더 과장되게 커지며 빨라지는데..

겨우 적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적에게서 로킷 포탄이 탱크의 정면으로 날아 온다.


재래식 무기의 총아로써 겉으로는 무적을 자랑하는 듯 보이는 이 전차가
경우에 따라서, 즉 시계 확보가 제한된 도심 전투 등에서
얼마나 쉽게 적에게 노출되고 격파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를,
따라서 그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전차 승무원들의 공포가
어느 정도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는 지를 너무나잘 보여준다.

감독 자신의 유사한 경험이 없었다면 도저히 시나리오가 나올 수 없을성 싶다.


거의 모든 화면이 전차의 포수가 바라보는 조준경이 보여주는 화면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감독은 이 극한의 전투 상황 속에서 전차라는 지극히 위험한 전장 목표물이자
열악한 밀폐된 공간에서의 인간들이 처하는 모습들을 보여 준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전차 포수의 조준경 정도의 크기로 좁다면..??
정말 불안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보여지는 것이 모든 것인줄 알고서
단순하고 추진력있게 돌진할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인생 그 자체의 복잡도에 따라 지불해야 될 비용이 너무 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해가며 제대로된 의사 결정을 연속적으로 내려야 하는 경우
넓은 시야나 깊은 고찰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좌간..
프로페셔널인듯한 낙하산 부대 소대장이
냉철하고도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리더십을 보이는 반면,
생업에 종사하다 전쟁 발발에 따라 소집된 전차병들은 직업 군인들이 아닌
급조되어 배치된 생면부지의 병사들이다.

리더인 전차장은 두뇌를 쓰지 않는 물리적 역할만을 한다는 이유로 포탄 장전수를 업신여기지만
편집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인 그는 상황이 발생하자 조용히 정신을 놔 버린다.
즉 자신의 방어기제가 스스로 미쳐버림을 택함으로서 상황을 모면하는 방식을 택하는 거다.

나이 어린 조종수는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상황의 긴박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전차의 단순한 조종에 힘쓴다.

지상에서 전투를 벌이며 본부와 소통하는 소대장에게
고향의 어머니에게 자신이 잘 지낸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남기는데, 탈출 도중 피격으로 전사한다.

군인으로서의 더도 덜도 아닌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전장에서 조용히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은
아마도 이런 타입일지 모른다. 무슨 영웅도 아니고 그렇다고 겁장이도 아닌..
그저 어떻게든 임무를 잘 끝내고 착한 아들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차 있었을..

전차장과 으르렁거렸던 포탄 장전수는
상황 파악이 빠르고 스스로 헤쳐 나가겠다는 결단력 역시가장 뛰어난데,
군법회의에서 처단 될 수 있음 알면서도
지휘관과 본부간의 무전을 도청하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후
정신이 나간 전차장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

주인공 격인 포수는 최초의 전투에서 부적응하며 아군 사상자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지만
민간인 살상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경험해가며 전장에 적응해 간다.

그가 숨어 있는 적들을 찾으려 야간투시경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차 포탑을 좌우로 돌리는 장면들은
정말 새롭고 독특한 전장에서의 공포로 대단히 긴박하고 섬찟하게 다가온다.


사무엘 마오즈 감독은 전쟁을 통해 공포와 맞닥들인 인간들의 내면을 파헤치면서
전쟁을 일으켰던 이스라엘의 한 지성인으로써 자성적 고백과 함께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고발을 서슴치 않는다.

어떤 명분으로 발발되었건 전쟁은 지옥으로 표현될 그 모든 단면들을 가지고 있겠다.

죽음의 전장터에서 살아 돌아온 젊은 병사가
이제 여론을 이끄는 성숙한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성장하여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국이 일으킨 전쟁 관련 사안들에 대한 적나라한 담론을 만들어냄으로써
작품을 접하는 전세계의 여러 계층의 관객들이 다양한 소통을 시작하게 한 것은 다분히 희망적이다.

금새 의도를 파악하고 식상할 수 있는 전투 장면들에서의 전형적 scene 들을
그는 섬세하고 디테일하면서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탱크의 내부라는 밀폐된 공간,
그리고 포수의 조준경이라는 지극히 제한된 시야를 통해
극도의 현장감과 긴장감을 마음껏 지속시킨다.

자신들을 로킷 공격으로 몰살시키려 했다 포로가 된 시리아 병사에 대해서도
인간적 대우를 해 줌으로써 종교가 통하지 않고, 말과 문화가 통하지 않고,
더군다나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전쟁이라는 상황속에서도
젊은이들간의 화해의 실마리가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엿보이게 한다.

자신들만이 자신들이 믿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 히브루 인들과
그들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이방 민족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수천년 동안의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 무슬림이든 크리스천이든 간에 우리 아군이면 되지..

라는 영화 속 철없어 보이는 병사의 한 마디에
사실은 크나 희망이 깃들어 있기도 한것이다.


언젠가는 저 무시무시한 이름의 메르카바 전차의 포탑이 사라지고
대신 밭가는 쟁기가 부착된 트랙터로 변해
히브루 인들과 아랍인들이 함께 중동의 사막 지역을 옥토로 바꾸는 역사를 위한
주요한 장비가 되기를 바래 본다..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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