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014

analog city and her analogical way of life.. Pondicherry India, 아날로그 시티 그리고 아날로그 적 삶.. , 폰디체리 인디아



버건디 포도주 빛으로 잔잔하게 물들어가던 폰디체리에서의 밤.

지난 반 세기도 넘는 오랜 동안을 마치 세월의 흐름을 잊은 듯 제 자리에 놓여 있었던 시간의 잔여물 들.
하지만 오늘도 제 기능을 오롯이 다 하고 나서는 그렇게 서 있었다.

.. 오늘이 언제죠?
.. 1945년 인데요. 왜 그러시나요?

.. '아..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 이구나..'

시간 여행자인 내가 마침 그곳을 지나는 행인과 이런 대화가 오감직한.. ㅎ



많이 반가웠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한 느낌.
영화를 통해서나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식민지 풍의 매우 고풍스런 디자인의 택시들.
침을 잘 발라 우표를 붙이곤 두근 거리는 마음과 함께 편지를 밀어넣던 우체통.

그런 추억의 따스한 잔해들이 이곳에서는 아직 당연한 듯, 제 있을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거다.



우리가 원했던 건..
초고속 인터넷도, 가족 모두가 하나씩 가지고 들여다 보는 스마트 폰 도,
차고 넘치는 공산품과 농산물도, 하늘 높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 빌딩들도,
지구상 어느 도시도 반나절 이면 닿을 수 있는 초고속 대형 점보기도 아니었을 지 모른다.

우리가 진정 원했던 것은.. 이념도 사상도, 테크놀로지도 과학도 생산성도, 거대 자본도 아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린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른채.. 계속 달린다.
현대 과학문명과 자본주의 라는 호랑이 등에 난짝 엎드린 채
두려운 눈으로 좌우를 돌아보며.. 그저 떨어지지 않으려 계속해서 내 달릴 뿐이다..


오렌지 색 가로등을 뒤로하며 기분 좋은 열대야의 따스함에 오히려 고마워 하며 천천히 걷고 있을 즈음,
전혀 다른 느낌의 색의 출현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곳 뽕뒤쉐리에서 스페인 풍의 아름다운 facade 를 가진 성당이었다.
아름다운 사리를 곱게 차려입은 신자들이 막 미사를 끝내고 행복한 표정으로 성당을 나서고 있었다.



그저 편안한 마음, 여유있는 몸짓, 따뜻한 꿈, 다정한 인사, 가족들과의 소박한 식사..
저녁의 산책, 좋은 대화.. 한잔의 맛있는 술.. 미소를 짓게하는 독서..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런 걸 이루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던 같다.

언젠가 나름 잘 나가고 있으면서도 삶의 복잡도에 지쳐가고 있던 무렵..
동생과 주고 받은 말이 생각난다.

.. 난 그저 소박하게 살고 싶은 거라구..
.. 형, 그게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 건줄 알아?

동생은 피식.. 웃으며 그렇게 답했었다.

맞다..
소박한 삶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건 더군다나 아니고.. ㅎ


삼년전 봄에 먼지 만한 아주 작은 민트 씨앗들을 손 바닥만한 정원에 심었었다.
그해 봄에 싹은 나지 않았고.. 그 다음 해에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잊고 있었었는데..

올 봄.. 싹이 난 것은 보지도 못했고 어느 새 한참 자라난 녀석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처음엔 잡초인 줄 만 알고 뽑아 버리려 했지만 잎 사귀들에서 피오르는 향기가 말했다.

.. 저.. 민트에요..

손가락으로 집을 수도 없이 작았던 그 씨앗들에서 삼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땅속에서의 준비를 마치고
이제 제대로 성장하여 향기를 선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감동이라니..


섬세함.. 우아함.. 정교함.. 부드러움.. 색조.. 실크의 느낌.. 산들바람.. 햇살..

프랑스와 인디아가 만났던 곳, 이곳 폰디체리에서는 이러한 단어들이 떠올랐었다.

두 문화가 만나 지배와 피지배, 압제와 굴종의 역사를 이루었지만
각 계층에 스며들어 재 창조된 문화의 융합은 정교하고도 우아한 또 다른 세계을 낳았다.


성공의 神 가네쉬..
富와 지식, 지혜를 풍성히 가져다 준다는 이 코끼리 신이
이곳에서는 조신하고도 다분히 예술적이기까지 한 향취와 함께 앉아 있었다.
붉은 색 부겐베리야가 나비처럼 너울거리는 가운데.. ㅎ


폰티체리 읍내에는 프랑스적 감각의 수공예품과 의류 그리고 악세서리 샵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이곳 갤러리 까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디자이너인 프랑스인 오너가 대 저택을 개조하여까페와 갤러리 그리고 샵을 겸하고 있었는데,
유럽식 건물의 입체적 구조와 함께 다양한 공간의 구석 구석 마다 예술적 향취가 넘쳤다.


전시 공간마다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전문 큐레이터의 손길이 느껴지는 갤러리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


디자이너이자 갤러리 까페의 매니저인 그녀의 그윽하면서도 강렬한 미소..
아리안의 기품이 느껴진 그녀에게서 인도의 인종적 기원을 보기도 한다.

그녀가 날라다 준 제대로 빚어 만든 빵, 제대로 끓여 내온 토마토 오트밀 수프, 그리고 향긋한 티.. 감사히 먹었다.. ㅎ





도대체 이런 감각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 only when India meet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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