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2015

세월을 따라 자라나는 나무처럼, memo added in June 29 2015


세월을 따라 자라나는 나무처럼.. Velut arbor Aevo..
딸아이가 다니는 토론토 대학의 모토는 이제 오히려 내가 곰씹어 하루 하루 되새김질 해야하는 정서적이자 실체적 관념이 되어버렸다.




가을의 부드러운 햇살이 아득히 내려 앉아 있는 퍼팅 그린을 멀리서 바라보며 걷는다.

어떤 카펫보다 부드러운 촉감으로 내 걸음을 내딪게 해 주는 촉촉한 잔디 길은
한잎 한잎이.. 뭔가 내게 소곤거리는 것 같기도..
그럴때면 조용히 슈즈를 벗어들고 맨발로 걷기도 한다.


그 푸르렀던 모든 잎들을 다 떨어뜨리고선 겨울을 맞이하며 늠름히 서있는 고목을 보면 경외심 마저 든다.
 조그만 씨앗에서 움터 한해 한해 사계절의 햇살과 풍파를 제대로 견뎌내며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나이테를 늘려간다.

이변이 없는 한 이러한 지극히 친생태적인 나무의 생명 프로세스는 십년, 백년, 천년을 넘어,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한을 훨씬 뛰어넘어 계속해서 진행된다.


어느 가을 날..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던 하늘 아래서의 단풍.. 말을 잊었다.


햇살이 관통하는 황금색 단풍 잎의 색을 보면 거의 유사한 느낌의 색이 생각난다.

그것은 대학 시절 어두 컴컴한 반 지하 호프 집에서
작은 공기 먼지들을 브라우니안 운동을 시키며 늠름하게 뚫고 들어오던 한 줄기 빛..
그 빛이 맥주잔을 통과할 때 빛나던 생맥주 황금색.. 바로 그것이었다.

난 당시, 그 500원 짜리 OB 베어 생맥주 예찬을 늘어놓으며
 이게 바로 우리 젊음의 색이다! 고 소리치고는 벌컥 벌컥 들이키곤 했었다. ㅎ


떨어져 내린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낙엽들.. 꽃잎 뿌려진 길을 보는 듯 하다.
찾아야될 공은 안 찾고, 이 어여쁜 낙옆들에 취해 연신 셔터만 누른다..



이제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낙엽은 이윽고 大地 의 색과 향이 나온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 보완적일 뿐 아니라 서로의 대비를 극대화 시켜 각자의 가치를 명확히 한다.


비옥한 대지의 기운과 강렬한 태양의 에너지를 조합하여 공간이 허락하는 한
가득 잎을 피웠던 나무들이 이제 그 왕성했던 삶의 흔적들을 흩트러뜨리며
또다른 형태의 자양분으로 어머니 자연으로 되돌리고 있다.








온통 숲으로 둘러쌓여 아늑하고도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이 특별한 그린에
오후의 낮은 햇살이 가득 스며있는 걸 보는 것은.. 참 황홀할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흔들어 떨치며 그린을 향해 클럽을 휘두른다.
그린을 공략 대상으로 보는 것과 미적 공간의 특이한 한 부분으로 보는 것과는 무지 많은 차이가 있다. ㅋ


언제 부턴가 한해 한해 계절을 보내면서 가는 세월이 아쉬워지기 시작했을 때였을 것이다.
사철 절기에 맞게 옷을 갈아입으며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서서
끝없이 성숙해 가는 나무들을 보며 몹시 부러웠을 때가..

하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인간 정글에서 벗어나 이제 내 인생의 파티는 겨우 시작되고 있는 것일 진대..
나무만 부러워 할 것이 무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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