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009

山上萬餐.. 노고단 만찬, Korea Nov 3 2007

결국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앞으로도 결코 다시 반복될 것 같지 않은 음식기행 이었다.

한국의 아주 오래된 절의 분위기를 느끼려 떠난 초겨울의 지리산. 쌍계사에의 늦단풍을 감상하고
마침 노고단으로 향하는 구례의 시내버스가 올라오고 있어
노고단까지만 보고 서울로 올라가자.. 며 시작된 여정이었다.

그런데.. 승객이 몇 사람 없었던 초 저녁의 버스 안에는
엄청난 배낭을 짊어 진 전문 산악인인듯한 이가 있었으니..
난 그의 산악인 차림새가 좋았고, 그는 내 카메라가 마음에 들었던 지라..
이리저리 말이 오갔고, 시간이 되시면 노고단 일몰을 보고 가시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서울로 급히 올라갈 일이 없었고 노을감상과 산장에서의 하룻밤이 나쁘지 않겠다 싶어,
그러마고 했는데.. 결국 전혀 예상치 않았던 2박3일의 지리산에서의 특별한 맛의 기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많은 노을을 봐 왔지만 천여 미터나 되는 고지에서의 석양은 너무나 아름답고 특별했다..




예약을 해 놓지 않았던 노고단 산장에 대기표를 받아 기다리면서 
난 그 산악인 친구와 이제 방금 화엄사 루트를 통해 걸어 올라온 또 다른 전문 산악인과 함께
그들이 싸짊어지고 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 

그들은 별 것 아니라는 듯 하나 하나 준비해논 것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는데.. 
낙지 볶음, 등심 한우 소고기, 달걀, 2 리터 막소주 그리고 온갖 양념 재료.. 
등반시 간단한 먹거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집에서도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워낙 힘든 산행을 주말 내내 해야 되는 전문인들이라 
역시 준비해온 음식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 같으면 그저 그래뉼라 바 한두개와 쵸코릿, 미숫가루.. 정도의 전투식량을 생각했을 텐데.. 
어쨓거나.. 와우!! 어떻게 이런 걸 다 짊어지고 왔냐고.. 찬사를 쏟아 붓고는 신나게 먹고 마셨는데.. 
높은 산의 공기가 워낙 좋아서인지 막소주를 마셔대도 취기가 별로 오르지 않았다.















왼편에 앉은 이가 버스에서 먼저 만난 비지니스 맨,  난 그의 제의로 산장지기 모임의 불청객이 된다.
오른편의 이가 방금 구례에서 화엄사 계곡으로 걸어 올라온 금호맨..
우린 밤 늦도록 지리산 이야기며, 인생 이야기 그리고 그저 재미난 이야기들에 껄껄거리며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먼저 만난 이는 사업을 하다 좀 어려웠을때 부터 지리산을 찾았었고
그 인연으로 피아골 산장과 연을 맺었는데, 내일 밤 피아골 대피소에서
왕년의 산장지기들이 모이는 날이라며 거길 같이 가자 했다.

 그 지루하고 힘든 화엄사 길을 방금 올라온 이는 금호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주말엔 거의 지리산에서 살다시피 하는 지리산 사나이였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사나이들이었으며,
난 두 사람 가운데서 스테레오 포스를 즐기며 신나게 먹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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