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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2011
광화문 연가.. 옛사랑.. : 이영훈 그리고 이문세..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맘에 둘거야.
한자 한자.. 한 단어 한 단어를 정확히 발음하며 멜로디에 실어내면
가슴속은 이내 추억어린 감상으로 젖어들고..
노래 그 자체에 대한 감사 또한 가득했던 시간들.
아무리 혈중알콜농도가 급상승했어도
이문세의 노래를 부를라 치면 정신이 번뜩나며 기분좋게 마음이 가라 앉았다.
그냥 흥에 겨워 아무렇게나 부르게 되지가 않았던 노래들.
'옛사랑'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트럼펫 소리는 휘파람으로 불면 정말 딱!! 이었다.
내가 이 부분을 휘파람으로 부르면
서로 재잘거리고 있던 좌중은 잠시 숙연한 척 날 멍~ 하니 바라보곤 했었다. ㅎ
이영훈이 만들고 이문세가 불렀던 이 노래들은
멜로디와 가사의 내용은 물론, phonetically 참 기막히게 아름다운 노래들이었다.
'광화문 연가' 나 '옛사랑'의 전주가 흘러나오면 형님은 핀잔을 주곤 했다.
.. 야, 너 좀 다른 레파토리 좀 개발해라. 응?
.. 형님.. 난 이 노래가 너무 좋아.. 낑
정말 많이도 불렀다. 날 아는 이들은 정말 이문세 노래의 전주가 나오기만 하면
괜히 모르는채 했다. 내가 하두 불러 대니까 이젠 지겨움을 넘어 무시 모드로 들어갔었던 거다. :p
난 언제나 모른체 노래에 취해 부르곤 했었다.
가수도 아닌 내가 남들 신경쓸 이유는 하나도 없는거였다.
고객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하는 영업대표도 아니고.
술집의 여종업원들은, 어휴 뭐야.. 칙칙해.. 하는 표정이기도 했는데.. ㅎ
신나는 노래를 불러야 술 매상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인기가 있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다음 곡으로 '아침이슬'을 불를라 치면 이젠 마담과 웬수지간이 되는 거였다. ㅋ
그런데
가끔 이 노래를 부르는 날 아주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밴드 매스터들은 주로 좋아했던 것 같다. 반주가 쉬워서.. ㅋ
그리고 벽에 기대서서 한쪽 다리를 꼬고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좋다며
흉내를 내곤 하던 이들도 있긴 했었다. ㅎ
오.. 광화문 연가..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마음 한구석이 휑해지면서 알수없는 멜랑콜리로 빠져들게 하면서도
또 다른 마음 한 구석은 달콤하게 데워지게 하던
이 주옥 같은 멜로디와 가사..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
이렇게 시작하는 매우 서사적 음률의 이 노래는
서두 부분에 큰 숨을 들이마시고 시작해야하는 것이 좋았고
음이 높게 올라가면서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좋았다.
또한 가사의 절절한 아름다움이 高音과 함께 너무 잘 어울어져서..
컨서트에서 열창을 하는 듯한 심한 자아도취에 빠지게 하기도 한 곡이다. ㅎ
실로 대단한 작사 그리고 작곡이라 아니할 수 없다.
라라라라라...
살다 보면.. 세상이 너무 너무 아름답게 보일때가 가끔은 있다.
아주 가끔은..
이문세는 아직도 퍼렇게 마굿간을 지키고 있는데
그의 동지이자 절대적 예술적 반려자였던 이영훈은 큰 흔적만 남기고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덕수궁 돌담길 어딘가에 그의 비석이 놓여있을 지 모른다..
이제 자꾸 떠난다.
내가 알았던 내 시대의 사람들이 자꾸 떠나간다..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놓고는 하나 둘.. 자꾸 떠나간다.
그토록 사랑했고, 사랑 받았던 그들을 남겨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는지..
떠나지 않겠다.. 는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들은 떠나간다.
詩를 위한 詩.. 를 남기고는 떠나간다.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게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유언 처럼 남기고는 사라져 간다.. 어쩌라고..
정훈이 누님이 이문세의 노래가 부르고 싶었나 보다.. soft Jazzy '사랑이 지나가면'..
.. 그렇게 보고 싶던 그 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문소리는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설경구에게 박하사탕 한줌을 쥐어준다.
처녀시절 설경구와의 데이트 때
그 깨끗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건네 주곤 하던 박하사탕을..
남의 여자로 수십년간을 살아오다 마지막으로 그를 어렵게 찾아
자신이 평생 지켜왔던 그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돌려 주며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다.
비극적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타락해 버릴데로 타락한 설경구는
상큼했던 젊은 날 사랑의 정표로 받아 깨물어 먹곤 했던 그 박하사탕을 다시 받고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온 얼굴이 다 젖도록 흐느끼며 운다..
언젠가모든 세상을 대상으로 이별을 고해야 한다면
참 슬플거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이별을 고하는 입장에선
딱 한번 뿐인거다.
이별을 당하는 세상 입장에서는 두고 두고 가슴 아픈것이지만
죽음에 따르는 고통과 공포는 사실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그래도 언제나 웃으며 끝내야 한다.
세상의 마지막에서도 웃으며 안녕~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잘 살아가야 한다.
이영훈은 참 아름다운 영혼과 감성을 가진 대단한 뮤지션이었고..
이문세는 정말 멋진 광대였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광대다.
이영훈은 아마도 다른 세상에 가서도
이승에서 이문세를 만난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리워 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말(馬).. 이문세 역시
먼저 떠나버린 너무나 굉장했던 친구이자 동지를 야속하게 그리워하고 있을 터..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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