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2011

5번가를 걷는 기분..그리고 그 후.. 5th Avenue 뉴욕



내부 진열된 보석들을 닦고 광내기 위해 티파니는 5번가로 난 문을 잠시 폐쇄하고
대신 멋진 벽화를 그려 놓았는데 그 chic 함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시절 자주 읽던.. New Yorker 라는 잡지가 생각났다.
어린 시절.. 세련되고 지적인 도시에서의 삶을 동경하며 읽곤 했던 '뉴요커'..
저 그림들이 주는 느낌이 딱 당시의 그 느낌이었다.

세련되면서 독립적 자부심이 강하고, 지적이며, 까칠하면서..
예술적 향취는 물씬 풍기는.. ㅎ

명품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주로 명품이 아니듯,
뉴욕에 산다고 해서.. 나 뉴요커! 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고
빠리에 살면서.. 나 사랑스러운 빠리지엥 이야.. 라고 할 이들 역시 많지 않을 듯 한데..

5번가를 걷다보면 가끔 거리를 압도하며 지나는 이들이 간혹 있긴 하다.

독하지 않은 부드러운 향기와 비지니스 캐쥬얼 보다는 정장의 옷차림새.. 바쁜 발걸음..
일행들과 멋진 억양의 자신있는 목소리를 흘리며 휘리릭~ 사라져가는 맨해튼의 프로페셔널들..
주로 금융, 언론, 그리고 부동산, 예술 계통에 종사할 것 같은..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은.. 솔직히 좀 웃기는 생각일 지 모른다.
과거 동경했던 도시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 뿐일 수 있다.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이 다 모여사는 거대 도시..
어둠이 내리고 밤이 되면 낮의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은 다 빠져 나가고 안전한 곳 빼면 다 불안한..
질주하는 폴리스 크루저의 사이렌 소리만이 어울리는 살벌함으로 변신하는 다운타운인 것을..




Antonio Carlos Jobim.. Chega De Saudade

뉴욕 맨해튼의 5번가 (Fifth Avenue).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런 명품 쇼핑 거리.
2008년 Forbes는 이곳 5번가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로 순위를 매겼다.

비싼 거리를 걸으면 나도 비싸졌으면 좋겠다.
넘어져 구르면 3년을 더 산다는 고개에서 자꾸 굴러 더 살듯.. ㅎ



Yo-Yo Ma & Rosa Passos perform Chega de Saudade


뉴저지의 한 호텔에서 하루종일 회의를 하고 나서 저녁 식사 전 잠시 놀러 나온 맨해튼..

생각해보면..
5 번가를 걷는 느낌이나 인도의 거대 도시 첸나이의
질척거리는 뒷 골목을 걷는 기분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그건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은 부유하고 곤궁 하고를 떠나 유사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걷고 있는 순간의 신변 안전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정도겠다.

니카라구아에서 몇 걸음씩 지나며 만나야 하는 거리의 노숙자들이나
무례한줄 알면서도 눈에 힘주며 괜히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는 서울 거리의 사람들.
뉴욕이나 서울, 도쿄 혹은 홍콩 등의 거대 도시에서
그 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사람이 사람이 아닌 듯 그저 스쳐 지나는
그 모든 것들은 그저 인간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뭐 특별할 게 있을까만..

Hurt Locker에서의 폭발물 처리반 처럼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폭발물이란 현실에서는
길이라는 개념, 길위를 걸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이 정말 많이 달라지겠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명동 길 걷는 걸 참 좋아했다. 볼것 많은 인사동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로 길을 걷다보면.. 연주자 들 생각도 나고, 이곳 저곳에서 한잔 기울였던 친구들도 생각나고..

홍콩 팀사쵸이 언덕길을 걸어 내려오다 보면 부둣가가 나오고..
회사가 있던 타임 스퀘어에서 나와 아래로 걷다 보면
어느새 Causeway Bay의 숙소 Parklane 호텔에 당도하곤 했다.
홍콩은 참 자주도 들락거렸는데.. 거의 회사와 호텔 사이 길 만 오갔었다.

중동에서온 젊은이들이 마약을 팔려고 서성대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겨울 오후 길은
쌀쌀하고 음산하기까지 했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런던의 거리를 한참 걷다가 피카딜리 서커스로 들어설 때의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
아직도 느낌이 살아있다. 런던은 이상하게도 내가 갈 적 마다 날씨가 화창했다..
런던 Fog는 내 기억엔 없는 것이다.. ㅎ

직장이 있었던 여의도도 참 많이 걸었었다.
점심 식사 후의 산책.. 동료들과의 대화를 위해 여의도 공원도 많이 찾았고..
...

지금 살고 있는 토론토의 다운타운 역시 오래된 도시인 만큼 도심의 오래된 길을 걷는 것이 너무 즐겁다.
남북 형성된 Yonge (영) 길을 따라 동서로 나있는 Dundas, Bloor, Queen, King Street..
유서깊은 길 주변의 오래된 주막집들, Gallery들, 박물관.. 그리고 아주 오래된 멋진 고딕식 성당과 교회들..
벌써 많은 곳을 익숙하게 다녀.. 추억이 쌓여가고 있다..
어느 집엔 무슨 맥주가 신선하고, 무슨 음식이 맛있고, 날 잘 아는 친절한 바텐더가 있고.. ㅎ


1878년의 5번가.

푸짐한 살을 자랑하는 귀부인들.. 엄마 말 안듣는 어린 아이들..
저 와중에 말을 마구 달리며 부딪힐 뻔 하는 말 탄 신사들
애낳기가 유행이었는지.. 웬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들은 저리 많은지..

정겹다.. ㅎ


티파니의 저 대문을 보니.. 오드리 헵번이 생각난다.
Tiffany.. 하면 난 그녀 생각이 대번 난다. 나만 그런가? ㅎ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의 오드리 헵번은
그녀의 가장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다.




불가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뭐든 제대로 만드는 것 같다. 향수도..
심플하면서도 강한, 그리고 선이 굵은 디자인.. 그러면서도 개구장이 스러운..

이 반대의 느낌은 항상 Gucci 에서 받는다.. ㅎ




그리고 그 후..

이젠 내 아이들이 이 곳에 서 있다.


아빠가 거닐 던 5번가엔 관심이 없는 나의 생물학적 복사판들은
이제 브로드웨이의 중심에 서서 고개를 잔뜩 들고서 높은 곳을 바라본다.


슈렉이 보이고, 해리 포터가 보이고..
아빠의 세대에서는 감히 지평을 열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상상력과 기술적 가능성 그리고 더욱 더 정교하고도 도전적인 삶의 복잡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놓여 있을 터..






세계의 중심이 뉴욕에서 상하이로 옮겨지던..
잔디 밭 한 구석이나 호프 집 한 구석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서로를 나누던 아날로그의 시대가
수천, 수백만이 동시에 모여 서로를 나누게 된 유비퀴터스 세상이 되던..

삶은 사랑이라는 것.. 그 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세상 모든 걸 사랑 하렴..

그럼 되지..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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