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2013

오싹한 탐사.. once in a blue moon in the wetland.. :p , Smiths Falls Ontario Apr 04 2012



촘촘하게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에서 딱딱.. 소리가 났다.
마른 나무 가지가 스치는 소리는 스산함을 넘어 불길하기 했다.
머리 위 나무 꼭대기에선 처음 들어보는 새 두마리가 날 내려다 보며 경고성 수다를 떤다.

.. 쟨 여길 왜 들어와서 혼자 저러고 있데?
.. 낸들 알아. 인간들은 종 잡을 수 없어. 어.. 우릴 쳐다 본다!
.. 어젯밤엔 코요테들이 배가 들러붙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던데..
.. 나두 불안해서 혼났어.. 짹~

앙상하게 하늘로 치솟기만한 늪지대 나무들은
어느 정도 자라 오르면 바람에 쓰러져 이끼의 먹이가 된다.

가시나무로 둘러진 숲의 경계를 넘어 헨젤과 그레텔이 들어왔을 법한 곳.
사방에 똑 같은 형태의 나무들이 똑같이 하늘고 치솟아 있고
이끼로 뒤덮혀 있거나 온통 늪인 이곳은 왔던 길로 돌아갈 수 있는 발자국의 흔적 조차 남길수 없다.

이곳과 저곳의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이곳..
질척이는 물, 물컹거리며 오랜동안 쌓여 검게 퇴적된 잎새들,
통나무 조차 분해되어 섬유질만 흩어져 내리는 이곳에선
추격자를 피해 제대로 달리며 도망갈수도 없는 거다.

방향감각이 전혀 서지 않는 이곳에서 길을 잃고 해메다 저녁이 되고 밤이 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으휴..

녀석은 숲으로 들어서며.. 아빠, 가시 나무 조심해.. 하고 한마디 했다.

.. 딱딱한 나무 지팡이라도 만들어 가지고 들어가자..
.. 아빠, 그럼 곰 나오면 막대기로 때릴려구?
..  ...


이곳에는 큰 발자국을 가진 곰과 코요테 패거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들녀석의 권유에 따라 엉결겹에 들어오게 된 이곳 늪 탐사가 끝난 뒤
저녁 식사 시간에서나 였다.

아들 녀석은 곰과 코요테 와 같은 맹수들은
낮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철석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맙소사.. ㅎ


잠시 내 주변에서 물방개 다~!  오, 개구리 다!! 를 소리치며 아빠에게 다가와
그 늪의 주인공들을 보여 주던 녀석의 모습은 이내 사라졌는데..

녀석의 모습이 갑자기 보이지 않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데..

바람이 불면서 나무들의 딱딱거리는 소리는 더욱 거슬리고..


나타 나겠지.. 하며 나도 주변 탐사에 나서는데..

모든 곳이 물컹 거렸고 온통 물 웅덩이..

.. 이런 곳에서 곰을 만나면.. 어떡게 해야 하나..

봄의 따사로운 햇살이 온 얼굴에 내리 쬐면서 불안감이 조금씩 씻겨가지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 아니 도데체 녀석은 뭘 믿고 저리 혼자 사라지는 거야..


어렸을 적부터 워낙 자연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고 생물들과 가깝게 지낸 아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동식물들이 언제나 우호적일 것 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이제까지의 자연과의 만남은 주로 인간의 보호가 요구되는 생물들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아들의 모습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12학년에 올라가는 다 큰 녀석이
제 앞가림이 제가 알아서 해야 할것이라는 생각과,
한편으론, 이러한 방향도 모를 늪지를 헤매면서 고생도 좀 해 봐야 철이 들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난 늪지를 벗어나 가시 덤불을 헤지고 처남 내 잔디 밭앞으로 다시 나왔다.

녀석은 내가 나온지 한시간 여나 흐른 후 
숲의 다른 쪽 끝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왔다.

내가 느꼈던 오싹한 기분대로 녀석에게 분풀이를 하진 않았지만,
녀석은 아빠의 경고에도 평안한 얼굴색이 전혀 변하지 않는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 누가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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