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74..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이다.
몬테스 알파 까버네 쇼비뇽은 얼마나 많이 마셨던지..
프로젝트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기립 박수를 받고 고객들을 데리고 와 와인 파티도 했었다.
식사가 맛있을 때는 꼭 주방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이태리 골목 골목을 누비며 제대로 요리를 배운 그 주방장은
내가 원하는 데로 나만의 정찬을 만들어 주곤 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간의 말없는 우정이란..
AP Region Manager 들과의 신나는 저녁과 수다..
셀수 없을 정도로 모임의 장소로 가졌던
형님, 영원, 인명 그리고 성구..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
따뜻한 마음의 예의바르던 결혼 전의 전도연과의 와인과 생일케익.
형래와 와인을 기울일때 그 신비스런 발걸음으로 걸어들어오던 국립발레의 수석 발레리나..
결국 년말의 호두깍기 인형은 가질 못했군요.. 미안..
키가 정말 컸던 송선미는 왜 그렇게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 지..
내 소설의 여 주인공이 되겠다던 그 당돌한 소녀는 어디에 있을까..
동글 동글했던 소믈리에.. 칠레에서 와인 공부는 다 끝냈나?
내 지프가 도착하면 반갑고 자랑스럽게 맞이해 주던 주차요원들..
앞에 주차된 차를 굳이 빼고 그 자리에 내 지프를 놓아주던 친구들..
그리고 멋졌던 지배인들.. 내게 너무 친절했었지.. 고맙게도..
혼자 와서는 좋은 자리 내 놓으라는 무리한 요구에도 항상 친절했었지.
형님은 이곳을 싫어하셨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싫으셨고 비싼 음식값이 싫다 하셨던 것 같다.
이곳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값을 치를 생각이 없으셨으니..
잡하먹히기라도 하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소유진과
그 앞에 자리한 예의 없어 보였던 작달막한 여자 매니저,
조규만 학장과 진하게 와인을 마시고 있을 때였고.. 많이 무안했었지.
돌출된 발코니 자리엔 비가오나 눈이 오나 앉고 싶었다.
책 한권 가져가서 이리 저리 읽다 보면 몬데스 알파 한 병이 다 비워 지곤 했고..
.. 어.. 형.. 영건.. 헤이.. 이사님.. 호수형님..
이런 저런 호칭으로 부르며 들어 오는 친구들을 맞으며 또 보내며..
난 저 발코니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서울행에서는 단 한번 밖에 저 곳을 가지 않았다.
사람도 사라졌도, 나 자신의 상태도 새로워 져 있었고..
단지 너무나 낮익은 74의 간판과 레드 카펫 그리고 소담한 대나무들만이 있었다.
이젠 다시 찾지 않을거야. 내 광기의 기점이 된 장소..
마약같은 들뜸으로 한 시기를 보낸 그곳, 이젠 기분좋게 한때의 추억으로 묻어 버린다.
안녕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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