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들의 크기가 갑자기 작아 지면서 여섯 번째의 계곡 물을 건너
우리는 지난 여름 거대한 폭우에 의해 할퀴어지고 파헤쳐진 바위 덩어리 계곡을 막 벗어나고 있었다.
계곡 입구를 화사하게 비추어 주었던 늦 가을의 햇살은
수백 미터의 계곡을 헤쳐오는 동안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철기는 옆구리의 갑옷이 찢겨나가고 뒷 바퀴의 충격 완충 장치가 떨어져 나가는 심각한 부상에도
믿음직한 포효를 멈추지 않았다.
수풀과 흙으로 덮인 길로 접어들자 잔뜩 긴장 되었던 온 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이완 되었고
鐵騎도 갑작스러운 균형으로의 복귀에 놀라며 가쁜 숨을 골랐다.
한 과정을 소화한 후 느끼는 약간의 느긋함,
담배를 빼내 물며 거리낌 없이 엑셀을 밟는다.
나무줄기들이 차 창을 때려 대는 소리는여느 때 보다 좋았고
도열해 늘어서서 하이파이브로 환영하는 듯 했다.
그래 삶이 이렇지..
험난함은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 있을 때, 시간이 멈춰 선 것 같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지 않는 정지와 퇴보의 고통.
포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이지만
작은 성취일 망정 이루어짐에는 항시 품위와 관록이 따랐고 어떤 형태로든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곳에는 기대 하지 않았던 만남이 있었다.
더 오를 곳이 없다는 아쉬움으로 오르던 오뚜기 嶺 정상
어김없이 피어 오르던 짙은 밤 안개도, 여름 내내 퍼 붓던 비도 없었다.
불나방들의 번잡함도 풀벌레 소리도 없었다.
다만 소쩍새가 울고 있었다.
墨畵적 고즈넉함 속에서 저 만치 산자락 실루엣 아래 소쩍새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는 수 많은 별, 별.. 별 무리..
휙…! 은하수를 베며 사라지는 별똥별..
헤드라이트 와 서치라이트를 모두 껐다. 철기의 큼지막한 타이어를 딪고 올라서
따뜻한 본니트에 조용히 누워 별자리를 찾았다.
중력이 미미해져 가면서 그 찬란한 공간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다.
거의 그믐에 가까운 날이었고
사방이 어두움으로 浸潛 할수록 별들은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의 경박한 영혼들은 그 어둠의 무게에 안겨 잠시의 평온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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