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깨끗하고, 상쾌하고, 온갖 푸르름이 함께 했던 길고도 긴 특별한 하루였고
천혜의 자연을 누릴 수 있음에 대한 감탄과 감사가 가득한 하루였다.
새벽 3시에 기상했던 날이 언제 쯤 있었는지.. ㅎ
10분 간격으로 set 된 알람에 놀라 깨어, 부시시한 채 샤워를 하고 거의 채비를 마쳐 갈 즈음, 토마스로 부터의 모바일 폰이 울렸다. 벌써 내 콘도 로비에 들어서고 있었던 것..
캄캄한 새벽 4시에 출발한 우리는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내 달렸다.
이상 고온으로 섭씨 38도 까지 치솟았던 토론토는 이날 아침에도 역시 28도 나 되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는데..
북쪽으로 세 시간여를 달려 가며내셔널 지오그래피 Travel 에 의해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선정된 무스코카 지방을 지나면서 온도는 급격히 떨어져,아침 안개 가득한 고원지대를 지날 때는 17도 까지 온도가 급강하 했다.
대낮에 달궈진 대지가 새벽의 서늘한 공기와 만나 신비한 아침 안개를 피워 올린다..
아침 안개와 함께 스며 나오는 생명의 향기.. 대지의 향기.. 너무 좋았다.
두어시간 쯤 지났을 즈음 부드러운 아침이 열리기 시작하고..
무스코카의 Highland 지역을 지날 때는 갑작스럽게 안개가 자욱한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토마스의 대형 SUV 유콘의 외부 온도계는 19도, 18도, 17도.. 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급기야 토마스는 반바지 만 입고 온 것에 후회가 되기 시작하는데..
초 가을 기온의 주변은 계속되고..
마침내 백년이 훨씬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아름답고도 거대한 알곤킨 주립공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8시 부터 문을 여는 공원 사무실에 7시 10분에 도착 무인 요금 계산기에 가벼운 입장료를 치르고,
우리의 카누 트레일이 시작되는 호수를 찾아 다시 떠난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기만 해도 여행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는 김영욱 토마스는 HP에서의 동료였다.
토마스는 한국 hp 근무 후, 싱가폴 hp로 transfer 해 근무했었고 11년 전 캐나다 hp 로 다시 옮겨 지금 껏 근무하고 있다.
hp에서는 전혀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바람에 많은 소통은 없었었는데 한국 hp 시절에도 뭔가가 말이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있었었다. 그리고서는 난 아태지역을 맡게 되고 토마스는 싱가폴로 가고.. 그런 연유로 연락이 완전히 끊겨지게 되었는데,
내가 캐나다로 오고 나서 토론토에 살고 있던 토마스와 다시 만나게 된거다.
그런데 오늘 그 특별한 인연이 더욱 특별하게 이어지는 것은 우리 두 사람 모두,
축복받은 캐나다 자연 생태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감사함의 정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알곤킨 지역은 백 수십여년 전 대단한 벌목 지대였다.
아름들이 소나무 수종의 벌목을 위해 벌목공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이곳 알곤킨(Algonquin) 주립공원은
벌목과 농작이 금지되고 야생동식물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893년에 주립공원으로 탄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엄청나게 풍부한 수량과 초일급의 수질을 가지는 호수와 호수를 탐사해 볼 수 있는 카누 투어가 유명한데,
몇일 혹은 몇주 동안 캠핑을 해가며 즐기는 카누 트레일은 이곳 캐나다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자그마치 총연장 1,000 km 의 길이의 카누 트레일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스코카의 삼림지대로 들어 서면서 자주 눈에 띄는 표지판이다.
워낙 거대한 몸집의 무스와 사슴들을 주의 하라는 내용이다. 자연을 보호하자.. 뭐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나 조심 하셔~ 하는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곳에서는 무스나 사슴의 로드킬 현장을 본적은 없는 데,
미국에서는 아리조나 나 네바다의 끝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도로 곳곳에 거대한 사슴들이 엎어져 있곤 했었다.
또 야간에는 눈에 파란 불을 켜고는 도로 갓길에 바짝 다가와 서서 다가오는 차량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곤 하던 녀석들이었다.
사늘한 아침 안개를 통해 전해지는 향긋한 청량감은 거대한 삼림에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었다.
차장을 열고 얼굴에 부딪는 안개 알갱이 하나 하나의 촉촉함과 서늘함을 느껴 본다..
주로 경호차량으로 쓰이는 미국의 전형적인 거대 SUV 유콘.. 토마스가 아끼는 애마다.
6,000 cc 에 달하는 부피의 엔진은 10년이 넘은 이 거구의 장갑차를 아직도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이게 했다.
미국의 좋았던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ㅎ
멋진 주인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어서 인지 10 년이 넘는 동안 33만 Km를 달렸어도 잔 고장도 없었다 한다.
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무 생물 조차도 애정 앞에서는 다정할 수 밖에.. ㅎ
목적지인 Canoe Lake의 카누 센터 화분은 아무래도 노란 카누가 어울린다. ㅎ
바람도 거의 없는 청명한 날씨..
이른 아침의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치자 기온은 언제 그랬냐는 듯 30도를 웃돌 기세 였다.
멋지게 정렬된 카누들은 열지어 유영하는 돌고래 떼를 연상 시켰다.
토마스와 난 이곳의 비경과 카누 트레일의 요소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이번에는 Guided Tour 를 하기로 했는데,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관광을 온 독일인 부부와
대학생 가이드인 죠지와 소냐.. 이렇게 7명이 3대의 카누로 구성되어 트레일이 시작되었다.
카누 호수.. Canoe Lake는 울창한 삼림으로 둘러쌓인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였다.
오늘 따라,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트레일을 시작하던 아침에는 구름 한점 없었고
가벼운 산들바람까지 우리의 트레일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호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민물에서 나는 녹조류의 냄새가 전혀 없었다.
깊이에 따라 푸른색의 짙고 옅음의 차이가 있었고 산들 바람에 따라 이는 波浪은 얼마나 정겹고 다정스러운지..
좌우의 롤링이 심한 카누의 특성상 뒤를 돌아다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친구의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허리를 180도로 돌려 즐거워 하는 토마스의 모습을 담아본다. ㅎ
캐나다의 명문 구엘프 대학의 화학과 학생인 조지가 가이드 하는 카누는 씩씩하게 우리를 앞서 나가고..
주변의 풍광에 넋을 잃어 가며, 얼굴과 두 팔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시원한 산슬바람을 맞으며
망망 호수의 수면 위를 힘차게 저어 간다.
ㅎㅎ
우리는 다분히 갈 之 자 횡보의 카누 주행을 구사하게 되는데
그것은 나와 토마스의 노 젓는 박자나 리듬이 서로 맞지 않아서 였다. ㅎ
그래서 사실은 다른 두 팀의 루트 보다 우린 좀 더 긴 여정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간혹, 아주 간혹.. 박자가 맞아 우리의 카누가 쾌속 질주 할 경우
우린 저절로 탄성을 지르곤 했다.. ㅋ
.. 그래~ 이거야 이거!! 이제야 마구 달리누만~~~ ㅎ
하지만 그 때뿐.. 또 갈지자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ㅎ
사실은 내가 앞에 앉아 사진을 찍는 다고, 몸을 이리 저리 비틀고, 180도 돌고, 90도로 꺽고,
기습적으로 127도 로 돌고.. 하는 바람에, 뒷 자리에서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하는 토마스 입장에서는
감당 불가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부터 끝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노젓기를 함께 한 토마스에게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ㅎ
더군다나 끝까지 갈지 자 주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귀환 여정에서 가장 빨리 카누 도크에 당도하는 꽤거를 이루기도 했다. ㅋ
평화로움, 축복, 상쾌함, 즐거움, 자연, 운동... 그리고 감사함..
이러한 가장 긍정적 의미의 단어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아래의 2 부로 계속..
see you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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