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 부터 그새는 그렇게 울었나 본데..
목청이 모자란 것도, 덩치가 모자란 것도, 그렇다고 몸매와 차려입은 모양새가
그 청승맞은 소쩍새에 비해 전혀 모자람이 없는 우리 닭들은
그저 주당들의 주점부리 입맛과 술맛을 돋우기 위해 자신들의 날지 못하는 날개는 그렇게 숱하게 잘려 나간다.
시인에게서 필이 꽂힌 별 쓸모없는 그 새에 비해
주당의 입맛에 꽂혀버린 이 멋진 새는.. 비극스럽게도 인간에게 너무나 많은 쓸모가 있었던 거다.
닭 튀김 맛 없는 주막 일랑 두번 다시 걸음 마라.. ㅋ
나만의 생각인데
맥주 집의 기본 안주인 닭 튀김이 맛이 없다면, 다른 안주는 뭐 볼 거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공룡이 인간의 출현과 함께 조류로 진화(혹은 퇴화) 하면서
어찌 어찌하다 인간으로 부터 가장 선호 받는 육류가 되어버린 닭..
어릴 때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보는 수탉은 진짜 멋졌다.
서슬 퍼렇게 벼슬을 세우고 근엄하게 목을 끄덕 거리며 천천히 두리번 두리번 마당을 휘잡아 돌아다니던 수탉.
마당의 지렁이와 지천으로 널려있던 개구리, 메뚜기들을 잡아 먹어서인지
깃털은 어찌나 기품있게 윤이 났던지..
이제와 생각하면 그 모습을 천천히 트랜스폼 시키고 스케일을 키우면 영락없는 T-Rex 의 모양이 나온다.
공룡의 제왕이었던 T-Rex 의 gene 이 아직도 남아 있었는 지 모른다.
언젠가 Dorah Keogh 에서 수탉(rooster)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다 발라 먹은 뼈의 통뼈스러움이라니.. 당시도 역시 공룡 생각이 났었다..
에혀.. 공룡의 후손이여..
양순하고 부지런하게 태어나 인간과의 적극적 공존을 모색했건만 걸어다니는 도시락 혹은 안주가 될 줄이야.. 흑..
그리스 거리인 Danforth 길을 천천히 걷다 출출해 들어간 주막..
월요일 이었지만 그래도 몇몇 주당 들이 모여 수다를 떨거나.. 혼자 앉아 들 있었는데..
알고보니, 손님이 뜸한 월요일과 수요일에 '닭 날개의 밤(Wing Night)' 메뉴를 선 보이며 반값에 제공하고 있었다.
아하, 싼 맛에.. 좌간 웬일이니.. 첨 온 주막이니 안 그래도 닭 날개 시키려 했구만.. ㅎ
주변을 둘러보니..
붉은 색 계통의 물랭 루즈 풍의 조명과 빈티지 액자와 포스터들이 뭐 그런데로 괜찮았다.
붉은 색 계통의 물랭 루즈 풍의 조명과 빈티지 액자와 포스터들이 뭐 그런데로 괜찮았다.
쪼로록 달려온 통통한 주모에게 캐나다 산인 Moosehead 라거를 주문했더니.. 다 떨어졌다는..
.. 으이구 주막에 술이 다 떨어지니..??
농담식으로 한마디 쏴 붙여 줄래다, 순진하게 큰 눈을 깜박이며 서있는 주모에게 상처주기 싫어
괜히 젠틀한체 하며 별신통찮을 것 같았지만 기네스를 시켰다. 'EXTRA STOUT' 를 강조하며..
괜히 젠틀한체 하며 별신통찮을 것 같았지만 기네스를 시켰다. 'EXTRA STOUT' 를 강조하며..
당근 닭 튀김 싱글도 시켰는데 윙이 10개 정도 나왔으니..
영문 모를 닭 혹은 숭고한 희생정신의 닭 5 마리가 바로 날라간거다..
어느 유전자 공학 연구소의 닭 날개 좋아하는 괴짜 너드 연구원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날개 스무개 달린 닭 유전자 개발에 몰래 열을 올리고 있을 지 모른다.
날개 7개 까지는 이미 성공했을 수도.. 흠..
지네 처럼 발이 많은 돼지도 족발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극동 지방의 어느 나라를 위해 창조 될지 모르는 것 처럼.. ㅋ
또.. 살아있는 상어의 지느러니만 다 잘라내고 바다로 다시 던져 버리는 흉악한 인간들을 보면
상어의 지느러미 속성을 도마뱀의 꼬리화 시켜야 된다는 생각도 해 본다.
꽤나 시간이 흘러 당도한 닭 튀김은 너무 튀겨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소스가 영 짜기만 했다.
내가 선호하는 달콤새콤한 Honey Lemon Mustard 소스를 까맣게 잊어 버리곤
주모가 how would you like it? 할때 그저 medium hot.. 정도로만 무심코 대답했던 거다..
술을 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왁자지껄 마시게 되는 한국이 아니라
보통은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멍하니 공상을 하며 홀로 마시는 이곳의 경우 맛은 제대로의 맛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다.
아무에게 방해 받지 않고 요리 조리 날개 부위를 살피며 뜯어 먹어가는 과정에서
그 맛과 육질이 그대로 입안에서 전달되어 오기 때문이다.
.. 닭아.. 비행기 만했던 네 조상.. 시조새 였을 때가 멋졌는데.. 우드득.. 쩝쩝..
시조새 닭 날개 하나면 동네 잔치해도 되었겠다.. 우드득..
내가 서양의 주막들에서 좋게 보는 것 중 하나는 규모나 화려함 보다는
구석 구석 다양하고 입체적 공간을 제공하며 소박하고 깨끗하다는 것인데..
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동네 술집인 이곳 역시 그랬다.
예전에 적어 놓은 '돼지'에 관한 노트 형식의 포스팅이 생각난다..
......
이곳엔 돼지는 없었다..
오웰에 의해 강력하게 각인된 돼지의 이미지는 교활하고 포악한 동물농장의 우두머리.
재경부 물가담당 서기관이 바라보는 돼지는 한근에 얼마인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퍼 대중적 먹거리.
베르나르가 바라보는 돼지는 인류의 선조일지도 모른다는.. 선사시대 동굴 속으로 떨어져버린
깨끗하고 사려깊고 시대를 앞서가며 문제의식과 혁신적 생각으로 가득찬 인텔리전트 돼지..
그런데 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 Porco Rosso 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가 무슨 연유로 그 낭만적인 콧수염 난 돼지를 그리 멋지게 창조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지만..ㅋ
무엇이던간에.. 인간에 의해 평정된 지구상의 돼지는 인간에게 가장 선호되는 먹잇감이거나,
종교적 혐오의 대상이거나, 아주 드믈게 애완용 동물일 뿐이다.
똑똑한 그 소설가 말고는 누구도 그 동물과 인간과의 인류기원학적 입장에서의 진지한 고찰이 없다.
외면일지도.. ㅋ
바로 그 돼지가.. 내가 사는 이곳의 유서깊은 동물농장에는 없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살인 사건을 통해 풀어가는
인류학적 테마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 판타지 소설이다.
또 다른 주인공으로 대량으로 사육되고 자동화 시설에서 도살되어가는 현대의 돼지들과
고등 인류의 탄생 당시 함께 했다고 여겨지는 스마트한 선조 돼지가 등장한다.
인류의 선조일지 모르는 돼지가 가장 선호돼는 먹잇감으로 되어버린 지금,
아마도 가장 경쟁적 대상의 유사 개체는 지속적으로 먹어치움으로서 종을 보존해온
호모 사피엔스 인류의 생존적 관성이 그러한 관점에서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
네안데르탈 인류의 멸종 원인이 호모 사피엔스 인류에게 죄다 잡혀 먹혀버렸기 때문이란 사실이
최근에서야 유력한 說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함으로 나타나는 생태학적 부작용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육우 사육을 위한 정상적 규모의 목초지는 타산이 전혀 맞을 수 없어 호사가들을 위한 organic food 정도에서나 가능하다.
이젠 엄청난 양의 바다의 물고기들이 이들 가축들의 사료 용도로 남획된다.
갇혀 사육되는 비 정상적 육우, 육돈 그리고 양계들의 아플 권리는 무지막지한 항생제 투여로 인해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이오 엔지니어드 된 수퍼 가축들이 얼마나 더 빨리, 더 크게 또 더 맛있게 사육되는 지는 알길이 없다.
애초에 초식동물로 모든 소화기관이 구조화된 소들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임으로 인한 비극적 부작용은
이미 글로벌 이슈가 되어 지속적 alert 상태하에 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끔 시켜 먹는 juicy 한 스테이크 나 그리스식으로 요리된 수블라키 포크,
그리고 오늘 먹었던 닭 날개 튀김은 맛있기만 하다..
입에서의 육류의 단 맛을 뿌리치지 못하면서 가끔 머리로만 그런 상념에 잠길 뿐이다.
이상한 것은 그러한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 자체가 입맛을 더 돋궈 준다는 것이다.
난 그저 저급하고 알량한 인간일 뿐이다. 가끔 고상하고 싶어 발버둥 치는..
가끔씩 나타나곤 하는 위대한 인간들을 홀깃 홀깃 훔쳐보며 그래 맞다.. 그렇구나.. 정도 맞장구 칠뿐..
그래서 술이 필요하고 술 맛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지 모른다.
질투와 회한 그리고 아직 부여 잡고 있는 소박한 희망.. 그 포만감 가득한 안주들을 펼쳐 놓고 맛보며..
.. 닭의 넋을 기리며.. 위하여!!..
하며 한잔 마시곤 닭 날개를 무자비하게 뜯어 먹는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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