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왈츠에 맞춰 우리 젊은 청춘의 병사는 춤을 춘다.
아래 위, 빙글 빙글 돌며 월츠를 춘다.
그런데 그의 파트너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니다.
그는 MAG 라 불리는 기관총을 잔뜩 부여잡고 아래 위, 좌우로 흔들면 월츠를 춘다.
그가 춤을 추는 무도장을 빙 둘러싼 부서진 건물 들에서는 그를 조명하는 섬광들이
일제히 번쩍인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총알들이다.
....
토론토 시내에는 주로 인디 영화나 예술성 짙은 작품들 혹은 뛰어난 도큐멘타리 만을
골라 상영하는 곳이 있다. Cumberland Cinema 라고 토론토의 가장 비싼 땅이 위치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Yorkville 지역에 자리 잡고선, 이제까지 객석이 만원일 경우는 고사하고
10% 도 차지 않는 관객만 가지고도 늠름하게 멀티상영관을 유지하는 곳이다.
사실은 토론토에서 가장 대규모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AMC 사가 운영하는 특별 상영관으로
영화를 제대로 좋아하는 토론토 시민들의 은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이곳에서 많은 영화를 봤는데 그 중에서 전쟁과 관련한 치유될 수 없는 상흔을
다룬 '바쉬르 와의 왈츠' Waltz with Bashir 를 소개하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1982년 열아홉 살이었던 사리 폴만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소속 병사였다.
2006년 어느날.. 그는 군복무를 같이 했던 오랫만에 만나는 그의 친구에게서
레바논 전쟁과 관련된 악몽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참전했던 레바논 전에 대한 기억이
자신에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날 밤 그는 레바논 전 당시 자행된 Sabra and Shatila 학살에 대한 환상을 보게 되고,
그 학살 사건에 대한 어떤 말도 할수 없었던 당시의 현실도 떠올린다.
그는 다음날 즉시 당시 함께 복무하며 레바논에 파병되었던 친구들을 만나가며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 하려 애쓴다.
동시에 심리학자 와 당시 참전했던 종군 기자와도 만나며
당시 상황들을 정리, 기억해 내려한다.
Sabra and Shatila 학살은 1982년 레바논의 크리스천 민병대에 의해 자행된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무슬림들에 대한 잔혹한 학살극이었는데
이때 Sabra 와 Shatila 에 위치한 난민 캠프를 포위하고 있던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들 민병대를 들여보냄으로써 학살을 방조 및 방치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학살된 인원은 민병대 주장 800 명에서 팔레스타인 주장 3,500명 이었다.
열아홉 나이에 그저 상부의 지시대로 레바논으로 진격해 가는 꽃같은 젊은이 Sari 는
소풍이라도 나가는 듯 탱크 덮개를 드럼 삼아 전우들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아 가는데..
Waltz with Bashir는 86분의 러닝 타임을 가지는 풀타임 애니메이션으로
4년여에 걸쳐 제작되었고 매우 독특한 화면의 애니메이션 및 그래픽과 함께
클래식과 80년대 락 음악이 잘 어우러지면서
초현실적 분위기와 컬트적 코믹함이 동시에 느껴지게 한다.
2백만불 제작비에 천만불 이상을 벌어들여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는데,
2008 깐느의 경쟁 부문에 출품된 것을 비롯하여 많은 비평가들의 호평속에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각종 상을 수상하게 된다.
정신과 병동에서의 여러 이야기를 다룬 코엘료의 'Veronika to Die'를 읽다 보면
환자의 short-term 메모리를 지워 버리는 징벌적 처방이 소개되는데,
소위 전기 고문과 같이 일정 전류를 뇌로 흘려 보내, 하루 이틀 정도 전에 발생한
모든 기억을 말소시켜 버린다. 일종의 정신과 치료로서..
아마도 우리의 주인공 Sari 는 극심한 공포와 긴장 속에 벌어졌던 자신의 젊은 시절 상흔이
너무나 깊어그러한 기억 자체가 뇌에 강력한 Voltage 로 작용,
전쟁 기간에 경험했던 해당 기억들이 말끔히 타(burn out) 지워져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이나 경험을 강력한 망각으로 묻어버리는 메카니즘은
인간의 자연스런 생물학적 방어기제일 수 있다.
한편, 지성인으로써 진실을 찾아가려는 욕망 혹은 이성적 권리는
이러한 자기 자신의 방어기제를 훨씬 넘는 폭발력을 가질 수 도 있겠다.
또한, 극도로 고통스럽고 엽기적이었을 경험과
그러한 기억을 찾으려는 이성 사이에 나타나는
꿈이나 환상, 혹은 환각의 형태는 그 둘 사이의 치열한 싸움을 reconcile 시키기 위해
우리 몸이 절충하며 돌아가는 제 삼의 방어기제 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망각, 그리고 꿈과 환상등의 섞임과 풀림을 통해 한 인간이 진실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 그러한 진실을 기억 속에서 되 찾아야만 하는가..
.. 그것이 스스로에게 더 건강한 것인가.. 하는 물음은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황량한 도시를 떠도는 미친 개떼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몸의 열배가 넘는 거대한 몸체의 여성의 나신이 자신을 태우고 유유히 배영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또 이젠 폐허가 된, 한때 중동의 나폴리로 불리던 베이루트 시내 위로
조명탄이 터지는 걸 바라보며 동료와 함께 바닷속에서 서서히 기어나오는 환상..
Good Morning Lebanon.. OST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끝없이 잔혹하면서도 코믹할 만큼 부조리하기도 한 인간의 집단 행위들이
섬세하기 그지 없는 한 개인에게 얼마나 심한 자극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며,
기억의 재생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환상등을 통한 암시, 잠재 의식속의 판타지 등을
잘 그려 내고 있다.
어머니를 상징하는 듯한 배영하는 거대한 여인..
그 기괴할 정도의 거대함은 간난아이에게 보였을 어머니의 모습이었을 것인데
탄생과 함께 최초의 안식이었을 어미의 자궁속에서의 편안함으로 회귀하려는
주인공의 소망을 그려낸 듯한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환상적 방식의 표현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삶 자체에 대한 진지함이 넘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 작품인 것 같다.
깃털처럼 팔랑거리며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소위 우아한 부류의 사람들은
삼가하는 게 좋은 듯.. ㅋ
영화의 사운드 트랙으로 쓰인 이스라엘 락커 Zeev Tene 가 부르는
고뇌에 찬 고백을 들으며 안녕..
모든 국가와 민족들이 종교와 인종을 떠나
평화로이 공존하는 그날을 꿈꾸며..
허황되게도..
Every day, I have bombed Sidon\Zidon
Among the smoky "mushrooms" clouds, in the first daylight
I could have also returned [from Zidon], inside of a coffin
Everyday, I have bombed Sidon\Zidon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In a slang this sentence in Hebrew – בלחיצה קלה [it means: Easy hand on the trigger gun ]
"In one gunshot", we have killed people, we didn't knew
We probably have killed some of them by mistake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Now, I sit here all alone in the bar
I am not a star, I am not a familiar guy
Just, a someone, that in every dream
Dives instantly, into this hell
[In a slang this sentence in Hebrew – בלחיצה קלה [it means: Easy hand on the trigger gun ]
"In one gunshot", we have killed people, we didn't knew
We probably have killed some of them by mistake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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