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어느날..
이 작은 곤충들을 언제나 통상적 거리에서만 봐 오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잔뜩 굽히거나 무릎을 꿇고서, 또 자주 호흡을 멈추고서는
마치 내 몸의 크기가 그들과 비슷한 크기로 축소되어 버린 것처럼
아주 가까이서 이들의 눈높이로 이들과 주변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된다.
즉, 효율적인 날개와 심플한 다관절을 가진 이 아름다운 피조물과 함께하는
큰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엔 여러 종류의 꽃 향기와 싱그러운 풀잎 향기와 함께
이 작은 곤충들의 가늘게 붕붕거리는 날개짓 소리로 가득했었는데..
우리의 인생..?
어떤 인생은 멀리서는 별 매력적인 것 같지 않지만
들여다 볼수록 소박하지만 행복한 향기로 가득한 인생이 있는가 하면..
겉으로는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것 같은데, 가정사나 그 개인의 면면을 볼라치면
형편없는수준의 성숙도를 가지고 보잘것 없는 인생을 겨우 꾸려가는 경우도 본다.
자연은 속을 들여다 볼수록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되는데
인간이 이루는 사회는 들여다 보면 볼수록, 소위 복마전의 양상을 띄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微視, 巨視의 스케일을 떠나 자연이 가지는 조화스러움은
그 생태계의 dimension에 적절히 부합되게끔
또 다른 세계가 계속해서 치열하게 전개되어 나가는 방식을 가지는데,
개별 구성원들이 타고난 생태적 역할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전체적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잘 돌아가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거대한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듯 했는데..
정작 녀석이 하는 일은 향기롭고 달콤한 꿀물을 마시는 거였다. ㅎ
검은 광이 번쩍 번쩍 나는 헬멧 같은 녀석의 검은 머리에서 하얗게 이글거리는 타원의 흰빛은
바로 태양이다. 와..우... !
얼마나 아름다운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는지..
매일, 매시간 쏟아져 나오는 인간 세상의 악다구니들을 보고 듣고 읽다가도..
문득 이들의 세상을 생각하면 우리의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라도 위로가 된다.
동시에 그저 제 역할대로 살아가는 이들 생명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해 오기도 한다.
전 지구적인 차원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불안과 공포스러움은 고사하고서라도,
언제라도 제초제를 물에 타 분무기로 뿌려 한순간에 이들 곤충과 식물을 멸절시켜 버릴 수 있는
우리 인간들 바로 앞에 이들이 살아간다는 사실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모든 생물의 가장 맏형 역할을 하며
이들을 보호하며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는 커녕 수많은 종들을 멸종의 길로 걷게 하면서
이젠 말라가는 씨들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더 적게 먹고 더 빨리 자라는 거대한 황소와 거대한 연어, 거대한 호박과
알이 수배나 많이 열리는 옥수수를 생산해 낸다.
과일이나 꽃에서 꿀을 빠는 이 이름모를 fly의 날개와 그물눈 머리통 역시 아주 특별했다.
과일 파리를 유혹하는 나팔꽃 같은 야생화의 멋진 모양과 우아한 색상의 배합과 패턴은
종족의 수정을 가능케 하여 널리 씨를 퍼지게 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곤충을 유혹하는 목적으로만 보기엔 너무 아름답고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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