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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2011

피터의 독일전차 이야기.. :p



헨젤과 그레텔이 헤메던 숲속에서나 자랄 법한
형광 초록 빛 덩굴 나무로 위장한 팬더 전차.. ㅎ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차들의 위장 (camouflage) 색상은 지역에 따라 달랐는데,
알제리등의 북아프리카에서는 모래사막색, 폴란드및 러시아 침공시에는 짙은 회색,
침엽수가 많았던 유럽 본토에서는 초록색과 연두색 그리고 브라운등의 혼합 위장 패턴,
그리고 눈이 많은 겨울엔 흰 수성 물감을 전차위에 들어 부어 위장 효과를 극대화 하곤 했다.


와이프의 꽃꽃이 용품들이 전쟁 디오라마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낄..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초원을 걷는 운동 시즌도 끝나고..
친구가 제대로 담궜다는 막걸리를 복용할 시즌이 돌아오고 있는 이 마당에..
웬 제3 제국 나찌 시절의 전차 냐구??

이거 사실 알고 보면 무자게 재밌는 거다.

난 전사에 등장하는 무기들의 디자인과 군복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누가 뭐래도 독일군의 제복은 제일 멋졌다.

독일군의 수많은 종류의 그 화려하고 멋진 제복들을 누가 디자인 했을까?

.. 위고 보스(Hugo Boss) 다..

신사복과 중후한 바바리의 명품.. 보스 패밀리가 디자인 한거다.

아직까지 그 신화가 깨지지 않는 독일 전차 군단..
일대 십 혹은 일대 삼십의 비율로 연합국 전차들을 깨부셨던 그 막강한 위력의 전차의 엔진??/

.. 마이바흐(Maybach)..

돈 자랑 하고 싶은 인간들이 가장 타고 싶다는
그 럭셔리 벤츠 중의 최상위 기종의 브랜드 네임이기도 하다.

이 대단한 독일 전차 군단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던 압도적 전차가 있었으니,
바로 킹 타이거 重 전차..

이 전차를 디자인한 유명인사가 있었으니..
바로 당대 최고의 자동차 공학자 이자 엔지니어링 박사였던 뽀쉐.. Porsche..

그는 그 유명한 독일의 국민차 딱정벌레 Beetle과
메르세데스 벤츠 SS/SSK 시리즈를 탄생시켰을 뿐아니라,
Tiger I, II 그리고 자주포인 Elephant 등 당대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의
많은 독일 전차를 만들어낸 이가 바로 페르디난드 뽀쉐 아저씨 되겠다.

Boss 가 디자인한 제복을 입고, Porsche 가 디자인하고 MayBach 엔진을 단 전차를 타고
전투를 치르는 병정들의 사기는 어땠을까?



오스트리아 하사 출신 히틀러의 광기를 떠받드는 나치 친위대 세력과
당시 막강한 체제의 독일 국방군과는 상당한 알력이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국방군의 제복이 여느 국가의 것처럼 군의 기능성을 따른 수수한 군복이었던 반면
나찌 친위대는 해골 문장을 비롯하여 제복의 디자인, 색상 및 모든 악세사리들이
지극히 選民적이고, 위압적이고 또 선동적인..
제복을 넘어 제삼제국 이데올로기의 좋은 선전도구이기도 했다.


엔지니어링 입장에서 우스개 소리가 있다.

독일은 소위 over-engineered, 영국은 under engineered.. ㅋ

이러한 엔지니어링의 결과로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최상위 명품군의 독보적 위치를 계속해서 누리고 있는 반면
영국은 나름 자랑하던 그 많았던 자동차 브랜드가 이미 사라졌거나
타 국가 업체들에 매각 혹은 합병당하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현란할 정도로 멋지고 균형잡힌 독일의 전차들이 실전에서도 압도적 전과를 올렸지만
고장 없는 기계란 없는 법.. 野戰에서 고장이 나면 오버 엔지니어드 된
저 정교하지만 무식한 기계들을 fix 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공이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타이거 시리즈와 팬더 등의 중급 이상의 독일 전차들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주행 휠의
디자인을 보면 여러 쌍의 휠들이 중첩되는 형태를 취하는데
이는 성능 이나 디자인 면에서 매우 창의적이면서 혁신적인 것이었다.

주행 역학적으로 넓고 고른 접지면의 확보를 통하여 야지 지형에서의 기동성을 극대화 할 수
있었는데, 로드 휠 당 지면에 대한 압력이 매우 낮아
전차의 중량에 비해 매우 부드럽고 원활한 주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포의 조준 및 발포시의 정확도 역시 높힐 수 있었고
전투 시 장갑의 역할을 함으로서 본체 방호를 돕고,
피탄 등으로 휠이 파손될 시에도 주변 휠들에 의해
역학적 보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안되었던 거다.


그런데, 초기 버전의 타이거 탱크에 적용되었던 로드 휠은
서로가 너무 조밀하게 중첩된 형태를 가졌는데
이에 따라 제일 안쪽 휠의 타이어(철제 휠 바깥의 고무) 교체를 위해서는
자그마치 9개의 바깥 쪽 휠을 빼내야만 했다.

그리고 휠 사이 사이에 머드가 끼여 굳거나 얼어붙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타이거 II 부터는 위와같은 다중첩 형태가 아닌 한 겹이 오버랩 되는 단순한 형태를 띄게 된다.

이렇게 소위 over-engineered 된 디자인 팩터들로 인해 단가가 높고 조립 소요 시간이 길었으며
정비 입장에서도 큰 고역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야전 정비에 있어서는..

보헤미안 독일인이었던 포쉐 박사에 의해 탄생된 이 멋진 고급 전쟁 무기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터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에서
그저 제 나라에 충직하고 상식적 삶을 살아왔던 병사들에게는 쉽게 교환되고 수리되기 어려운
너무나 고급스럽고 정교했던 예술적 기계 창작품들이었던 것이다.


팬더 전차는 나찌 독일의 전운이 기울고 물자와 자금이 딸려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능한 값싸게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가능하게끔 설계되고 생산된 전차였지만
연합국 전차에 비해서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값비싼 엔지니어링 공정을 통해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고매한 기계 설계 학자와 미학적 엔지니어 들의 이상을 맞춰 주기위해
전차 생산 라인의 생산 담당 일꾼들은 하루에 몇번이고 머리에 쥐가 나야 했다.

팬더는 독일군의 또 하나의 걸작 전차였던 타이거 전차의 엔진을 그대로 물려 받았는데
주포는 타이거의 88mm 에서 75mm 로 구경이 줄어들고 전체적 중량이 경감되게 설계되어
기동성이 대폭 향상되고 생산 단가의 절감, 단위 생산량 증가등 히틀러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켰다.


호두과자 찍어내듯 하루에 수백대씩 마구 찍어져 나오던 미국의 셔먼 탱크에 비해서
이 멋진 독일의 전차들은 유명 제과점의 숙련된 빠티쉐 가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로 반죽하고
온갖 모양을 내야 하는 고급 케익이라고나 할까.. ㅎ

팬더는 독소전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러시아의 T-34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져
T-34의 디자인 개념을 많이 벤치마킹 한 것이지만,
디자인의 안정감, 생존성, 기동성, 포의 위력 등으로 비교해
팬더 전차는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뛰어난 전차로 꼽아 손색이 없다.

뮌헨 소재의 중장비 제조사 MAN 사가 디자인해 6,000여대를 생산해 냈으며
12기통 마이바흐 엔진이 장착되었다.

사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후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라
일정급 이상의 중무기들을 보유할 수 없었고
트랙터로 위장한 프로토타입급의 전차들로 비밀리에 개발을 해가며
겨우 기갑전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기갑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구데리안의 전격전(Blitzkrieg)의 개념이
히틀러의 지원아래 실현 되면서 독일군은 기갑 전력을 앞세워
전쟁 초기의 모든 전투에서 압승을 거듭하게 된다.

폴란드 및 프랑스 침공 등, 2차 대전 초기에만 해도 독일의 압도적 기갑전력은
전차의 우수성에 기인한것이 아닌 구데리안 장군의 블리쯔크리그(電擊戰)
즉 포병전력과 항공전력이 뒷받침 되는 상태에서 전광석화 같이
기갑전력을 한곳에 집중시켜 적을 무너뜨리는 전략적 우수성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기갑을 중심으로 한 초기 승전보에 고무된 히틀러는
이후 다양한 종류의 전차에 대한 개발 지원을 계속하게 되면서
전쟁 중후반부 부터 제대로 설계되어 생산되기 시작한 전설적인 독일의 전차들은
연합군의 물량공세에 맞서 전차 자체의 탁월함으로 버티며,
타이거 전차 한대가 수십대의 미국 셔먼 탱크를 격파시키는 등의 전설을 만들게 되었던 거다.






have fun~

2/24/2011

'붉은 시월'.. The Hunt for Red October..




당분간 전세계 무기 시장에서의 가장 고부가 가치 상품은
어떻게든 스텔스(stealth) 기능이 구현된 것일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아니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당분간 국가간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기술수준이 어느정도 보편화 되기 전까지는 제맘대로 판매, 구매할 수 도 없을 것이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반사파를 추적하는 레이더 영역이거나
사람의 눈을 통해 확인되는 가시 광선 영역이거나
벌써 많은 스텔스 전략 무기들이 개발되어 실전 배치되고 있는데..

외부의 적.. 내부의 적.. 급기야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워야 하는
현대의 전쟁은 싸워 이겨야 할 모든 종류의 적들과 맞닥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니.. 물리적으로는 적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게임이 끝나버리는 경우로 치닫고 있는 거다.


미국 국방부는 탐 클랜시의 소설을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서라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이제는 허물어져버린 소비에트공화국, 그 설립의 폭발적 기폭제였던 10월의 볼셰비키 혁명의 이름을
허무하게 수장되어 버리는 구 소련 핵잠수함의 이름으로 탐 클랜시가 그의 소설에서 명명한 것도
잘 이해가 간다.



Red October.. 러시아의 붉은 혁명을 말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할 나위가 없지만,
공산주의 나 전체주의등 독재국가에서의 선전용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critical 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아무래도 체제를 떠받들고 모두가 하나되어 나가자는 정치 선전이다 보니 장중하기 그지 없다.

영화 '붉은 시월'에서의 장중한 소비에트 식 합창 곡들은 화면을 압도하는
거대 핵 잠수함의 위용과 더불어 관객을 사로 잡는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소비에트 연방의 國歌와 정치 선전 포스터 모듬..
온갖 집단 학살과 박해, 고문, 사찰 등으로 얼룩져 왔던 과거의 공산주의 소련..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인간 개개의 개성을 뭉개버리고 집체화, 총체화, 교조화 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몇몇 개인의 우상화, 신격화 도구로 전락해 버린 음악 속에서 얼마나 역사가 후퇴되었는지도..
거대 인간 집단의 시행 착오의 댓가치곤 그 비싼 피가 너무나 붉다..

이 체제에서 바라는 바람직한 인간은 굵은 팔뚝과 거대한 종아리를 가진 일 잘하는 노동자 일뿐이다.
사회에 대한 삐딱이 시선의 회색분자들이나.. 감상적이고도 연약한 예술가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놓고 고민하는 철학자들이나 아편이라고 생각하는 종교에 심취된 반동.. 등등은
그저 속히 색출되어 즉시 제거되어야 할 사악한 잉여 인간들로 구분될 뿐이었다.

피를 부르는 노래, 피를 끓게 만들어.. 집단의 가치 앞에선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은 얼마든지 무시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게 만드는 노래, 동지들의 시체가 얼마나 쌓여가든 끝없이 밟고 넘어 진군하게 만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단의 가치를  이룩하려 하게 하는 노래.. 무시 무시하다.

붉은 시월을 위해 흘린 순수한 피보다.. 그 이후 노동자의 천국이라 부르짖으며 건설된
전체주의 소비에트 하에서 학살되고 얼어죽고 굶어죽어간 수천만의 자국민들의 피가
더욱 선연하단 말이다..
...

좌간.. 제대로 되먹지 못한 인간이나 공동체나 국가나..
때가 되면, 제풀에 망가지고 허물어져.. 남은 존재들에게 교훈을 남기며 사라져 버리는 거다..

....


초 거대 잠행(stealth) 핵 잠수함 '붉은 시월'의 취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군사 서스펜스 스릴러.. ㅎ

'The Hunt for Red October'..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것 같은 귀족 출신의 함장 숀 코너리 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제는 독립한 어엿한 국가지만 구 소련체제에서는 소비에트 공화국 내의
한 작은 공화국에 불과했던 리투아니아 귀족 출신으로 소련군부 내에서 가장 출세한
리투아니아 장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인데..

아마도 그의 중후한 연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거대 핵 잠수함이 기관고장으로 가라앉아 모든 승무원이 몰살된 사건은
실제로 몇번씩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심해 인양기술과 장비가 모자라는 소련은
미국이나 영국이 인양하는 장면을 이를 갈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공격 장비들의 우수성에 비해, 운용 요원들의 안전이나 구출 장비등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무기 체계 속성상..
즉 기술이 없어서 라기 보다는 전략적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에 밀려
심해 구조 장비나 기술을 굳이 보유하거나 쌓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돈이 있으면 탱크나 전투기를 한대 더 생산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 타이푼 급 잠수함은 북한이나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어급이니 상어급이니 하는
피라미급 들하고는 체급이 전혀 다른 잠수함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적재하고서도
당시 나토의 어떤 탐지 장치에도 발각되지 않는 정숙 잠행을 할 수 있는 최첨단 핵잠함이었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수송항모 독도함보다 한배 반이나 배수량이 큰 잠수함이
상상이 되는지.. 배수량 3만2천톤에 길이가 거의 200 미터에 달하고 높이만 연어급의 길이 만한
23m에 달하는, NATO에 의해 타이푼이라는 장중한 코드네임이 부여된 이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의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무한대로 운항을 지속할 수 있는 괴물이었는데,
푸에르토 리코의 심해의 도랑에 쳐박힌 적이 있었고, 미 당국에 의해 건져 올려진 후
reverse-engineering 작업을 거치면서 하나 하나 낱낱히 해부, 분석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탐 클랜시는 1980년에 취역한 이 타이푼 급 소련 잠수함을 모델로 해서
'붉은 시월' 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잠수함을 설정 이야기를 전개 해 간다.

냉전시대 미소간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가졌으면서도 넓고도 깊은 지구상 오대양 전체를
그 마당으로 삼아 펼쳐졌던 이 공격 잠수함 들간의 싸움과 더불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직된 국가 체제와, 상대에 비해 부족한 군비, 그리고 군 엘리뜨와 당정치요원간의
갈등과 암투로 얼룩졌던 구 소련 체제의 단면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적국인 미국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것이지만..





애초에 방어가 아닌 적극적 공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병기인 잠수함은
타이푼 급이 탄생함으로써 전쟁의 양상을 달리 하게끔 만드는 형태로 돌아가게 되는데..

자그마치 26기의 탄도 미사일로 무장한 이 잠수함은 적의 심장부를 단번에 초토화 시킴으로써
반격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소설은 그러한 설정으로 박진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수백 미터 심해에 가라 앉고 있는 잠수함 내에서의 수병들,
라미우스 함장의 의중을 추측해가는 CIA 요원의 머리 싸움.
변절임을 단정하고 라미우스를 뒤 쫒아 격침시키려는
알파급 잠수함을 지휘하는 전형적인 소비에트 엘리트 장교 함장등..

이데올로기와 조직에서의 역할을 떠나,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정서와 행태를
보는 재미가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더욱 큰 것 같다.


이러한 잠수함 내 인간들이 보여주는 극한적 상황을 잘 그려준 영화는
나치 독일의 자랑이자 연합군에는 악명 높은 지옥의 사자였던 '유 보트'가 있었다.

잠수함의 본능인 공격성으로 온 바다를 종횡무진 누비며 적들을 침몰시키지만
2차 대전 당시 잠수함의 천적인 구축함에 발각이 되는 경우엔 엔진을 끊채
승무원 전체가 숨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구축함에 걸어야 했던 것이다.
구축함, destoyer, 이란 말 자체가 잠수함을 쳐부수기 위해 고도의 기동성과 소나 장비
그리고 각종 폭뢰등을 구비하고 잠수함 사냥에 나서는 특수 전투함을 말하는 것이었다.

핵 잠수함에 개발되어 수년간 연료 재주입 없이 또 수개월간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고도 잠수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현대의 초첨단 잠수함에 비해 과거의 잠수함들은 승무원들에게 열악하기 그지 없었는데..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막장에 다다른 인간의 면모를 그려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더 없이 좋은 소재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bye for now..

2/10/2011

트라우마.. 그리고 진실 : Waltz with Bashir





쇼팽의 왈츠에 맞춰 우리 젊은 청춘의 병사는 춤을 춘다.
아래 위, 빙글 빙글 돌며 월츠를 춘다.

그런데 그의 파트너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니다.
그는 MAG 라 불리는 기관총을 잔뜩 부여잡고 아래 위, 좌우로 흔들면 월츠를 춘다.

그가 춤을 추는 무도장을 빙 둘러싼 부서진 건물 들에서는 그를 조명하는 섬광들이
일제히 번쩍인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총알들이다.

....

토론토 시내에는 주로 인디 영화나 예술성 짙은 작품들 혹은 뛰어난 도큐멘타리 만을
골라 상영하는 곳이 있다. Cumberland Cinema 라고 토론토의 가장 비싼 땅이 위치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Yorkville 지역에 자리 잡고선, 이제까지 객석이 만원일 경우는 고사하고
10% 도 차지 않는 관객만 가지고도 늠름하게 멀티상영관을 유지하는 곳이다.

사실은 토론토에서 가장 대규모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AMC 사가 운영하는 특별 상영관으로
영화를 제대로 좋아하는 토론토 시민들의 은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이곳에서 많은 영화를 봤는데 그 중에서 전쟁과 관련한 치유될 수 없는 상흔을
다룬 '바쉬르 와의 왈츠' Waltz with Bashir 를 소개하면서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1982년 열아홉 살이었던 사리 폴만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소속 병사였다.

2006년 어느날.. 그는 군복무를 같이 했던 오랫만에 만나는 그의 친구에게서
레바논 전쟁과 관련된 악몽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참전했던 레바논 전에 대한 기억이
자신에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날 밤 그는 레바논 전 당시 자행된 Sabra and Shatila 학살에 대한 환상을 보게 되고,
그 학살 사건에 대한 어떤 말도 할수 없었던 당시의 현실도 떠올린다.

그는 다음날 즉시 당시 함께 복무하며 레바논에 파병되었던 친구들을 만나가며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 하려 애쓴다.
동시에 심리학자 와 당시 참전했던 종군 기자와도 만나며
당시 상황들을 정리, 기억해 내려한다.

Sabra and Shatila 학살은 1982년 레바논의 크리스천 민병대에 의해 자행된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무슬림들에 대한 잔혹한 학살극이었는데
이때 Sabra 와 Shatila 에 위치한 난민 캠프를 포위하고 있던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들 민병대를 들여보냄으로써 학살을 방조 및 방치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학살된 인원은 민병대 주장 800 명에서 팔레스타인 주장 3,500명 이었다.




열아홉 나이에 그저 상부의 지시대로 레바논으로 진격해 가는 꽃같은 젊은이 Sari 는
소풍이라도 나가는 듯 탱크 덮개를 드럼 삼아 전우들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아 가는데..




Waltz with Bashir는 86분의 러닝 타임을 가지는 풀타임 애니메이션으로
4년여에 걸쳐 제작되었고 매우 독특한 화면의 애니메이션 및 그래픽과 함께
클래식과 80년대 락 음악이 잘 어우러지면서
초현실적 분위기와 컬트적 코믹함이 동시에 느껴지게 한다.

2백만불 제작비에 천만불 이상을 벌어들여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는데,
2008 깐느의 경쟁 부문에 출품된 것을 비롯하여 많은 비평가들의 호평속에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각종 상을 수상하게 된다.


정신과 병동에서의 여러 이야기를 다룬 코엘료의 'Veronika to Die'를 읽다 보면
환자의 short-term 메모리를 지워 버리는 징벌적 처방이 소개되는데,
소위 전기 고문과 같이 일정 전류를 뇌로 흘려 보내, 하루 이틀 정도 전에 발생한
모든 기억을 말소시켜 버린다. 일종의 정신과 치료로서..

아마도 우리의 주인공 Sari 는 극심한 공포와 긴장 속에 벌어졌던 자신의 젊은 시절 상흔이
너무나 깊어그러한 기억 자체가 뇌에 강력한 Voltage 로 작용,
전쟁 기간에 경험했던 해당 기억들이 말끔히 타(burn out) 지워져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이나 경험을 강력한 망각으로 묻어버리는 메카니즘은
인간의 자연스런 생물학적 방어기제일 수 있다.

한편, 지성인으로써 진실을 찾아가려는 욕망 혹은 이성적 권리는
이러한 자기 자신의 방어기제를 훨씬 넘는 폭발력을 가질 수 도 있겠다.

또한, 극도로 고통스럽고 엽기적이었을 경험과
그러한 기억을 찾으려는 이성 사이에 나타나는
꿈이나 환상, 혹은 환각의 형태는 그 둘 사이의 치열한 싸움을 reconcile 시키기 위해
우리 몸이 절충하며 돌아가는 제 삼의 방어기제 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망각, 그리고 꿈과 환상등의 섞임과 풀림을 통해 한 인간이 진실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 그러한 진실을 기억 속에서 되 찾아야만 하는가..
.. 그것이 스스로에게 더 건강한 것인가.. 하는 물음은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황량한 도시를 떠도는 미친 개떼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몸의 열배가 넘는 거대한 몸체의 여성의 나신이 자신을 태우고 유유히 배영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또 이젠 폐허가 된, 한때 중동의 나폴리로 불리던 베이루트 시내 위로
조명탄이 터지는 걸 바라보며 동료와 함께 바닷속에서 서서히 기어나오는 환상..



Good Morning Lebanon.. OST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끝없이 잔혹하면서도 코믹할 만큼 부조리하기도 한 인간의 집단 행위들이
섬세하기 그지 없는 한 개인에게 얼마나 심한 자극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며,
기억의 재생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환상등을 통한 암시, 잠재 의식속의 판타지 등을
잘 그려 내고 있다.

어머니를 상징하는 듯한 배영하는 거대한 여인..

그 기괴할 정도의 거대함은 간난아이에게 보였을 어머니의 모습이었을 것인데
탄생과 함께 최초의 안식이었을 어미의 자궁속에서의 편안함으로 회귀하려는
주인공의 소망을 그려낸 듯한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환상적 방식의 표현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삶 자체에 대한 진지함이 넘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 작품인 것 같다.
깃털처럼 팔랑거리며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소위 우아한 부류의 사람들은
삼가하는 게 좋은 듯.. ㅋ






영화의 사운드 트랙으로 쓰인 이스라엘 락커 Zeev Tene 가 부르는
고뇌에 찬 고백을 들으며 안녕..


모든 국가와 민족들이 종교와 인종을 떠나
평화로이 공존하는 그날을 꿈꾸며..
허황되게도..






Every day, I have bombed Sidon\Zidon
Among the smoky "mushrooms" clouds, in the first daylight
I could have also returned [from Zidon], inside of a coffin
Everyday, I have bombed Sidon\Zidon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In a slang this sentence in Hebrew – בלחיצה קלה [it means: Easy hand on the trigger gun ]
"In one gunshot", we have killed people, we didn't knew
We probably have killed some of them by mistake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Now, I sit here all alone in the bar
I am not a star, I am not a familiar guy
Just, a someone, that in every dream
Dives instantly, into this hell

[In a slang this sentence in Hebrew – בלחיצה קלה [it means: Easy hand on the trigger gun ]
"In one gunshot", we have killed people, we didn't knew
We probably have killed some of them by mistake
I got out from there alive, but I also could have died
Everyday, I have bombed Beirut

11/28/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