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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2012

아침..그리고 '일상적인 삶', Old Quebec Apr 25 2010


그르니에 의 얇고 경쾌한 수상집 '일상적인 삶'에는 '아침'에 관한 섹션이 없다.
'정오 L'Heure de Midi', 심지어 '자정 L'Heure de Minuit' 까지 있음에도..

그는 밤의 사색을 위해 찬란한 아침을 희생했는지도 모른다.. ㅎ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고독이나 침묵 혹은 비밀로 인해 사람들과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을 분석해 보면, 일상 생활로부터 삶의 결.. style..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 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들어난다.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La Vie Quotidienne '



이제 까지의 내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아침'을 생각해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의 설레임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고,
전혀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그 아침을 대하자 마자 온통 내 영혼의 시계가 멈춘 듯 한 적도 있었고
제발 오지 말았으면 하는 저주의 대상이기도 했고,
또한 감상적 추상체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저 기계적이고도 단호한 시간의 흐름 속 한 場을 이루기도 했었다.

토론토에서 퀘벡까지 10시간이 넘는 여행이었지만..
또 저녁 내내 산책을 하고선 밤 늦게까지 여러 잔의 맥주를 마신 상태로 골아 떨어질 만도 했는데..
아름다운 퀘벡의 아침은 날 부르고 있었다.. 조용히..


.. 이봐요, 피터.. 일어나 아침을 만나요.. 어서..



모든 것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완벽하다!..
라고느낄 정도의 아침을 맞이한 기억은 내 경우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한 '완벽하게 망가진 아침'을 맞이한 기억도 내 경우 그리 많지 않았는데,
결국 난 그저 평범한.. 소위 '일상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는 거다.

그리고 장그르니에 선생께서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중요한거니..
하며 부드럽게 역설하고 있으니.. 기쁘다. ㅎ..

아침 일찍 조식과 함께 시작되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호텔 로비를 나서는 순간 맞이한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의 콜로라도 Fort Collins 에서의 아침.

미국 로키 산맥이 부드럽게 드리워 지는, 지리산 같은 부드러운 능선이 덴버에서 부터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해발 2,000 미터 고원의 도시 포트 콜린스의 아침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신선했다.
아침 습기 한 방울 한 방울이 파랗게 물 들어 있을 것 같기도 했는데,

.. 아.. 흰 손수건을 하늘로 던지면 푸른 색 물이 들어 떨어져 날릴 것 같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Palo Alto)의 겨울..
섬머 타임의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벌써 높게 떠오른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태양에
선그라스를 꺼내 쓰며 코 끝이 쨍한 상태로 운전석에 오르곤 했던.. 신선하고 촉촉했던 아침..

여름 긴긴 밤 무주 적벽강변에서 지프를 세워놓고 사나이들끼리의 야영을 즐기며
밤새 달빛이 흐르는 Moon River의 禪 적 분위기에 한껏 취한채 맞이하던 강 안개 가득 피어 오르던 아침..

논문 과정 중 캄캄한 실험실에서 시그널 찾아 내느라 밤새 레이져 기기들과 씨름하다가
문득 고개들어 실험실 쪽 창문을 바라봤을때.. 밝아오던 여명의 아침..

비행기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억지로 잠을 청하다 깨다를 반복하다..
문득 작은 슬라이딩 창문을 올려 바깥을 바라 봤을때.. 눈앞에 펼쳐지던 끝없는 구름바다..
그 구름바다의 수평선 위로 떠오르던 수줍은 태양과 함께 맞이하던 높은 상공에서의 아침..



.. 산책에서 장소는 얼마나 중요한가? 어떤 공원들은 그 이름이 아예 '산책(로)' 이다.

그리고 극장이나 뮤직홀에는 프롬느와르 promenoir 즉 입석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말은 원래 주민들이 자주 산책하는 가로수길을 의미했었다.

파리에서 먼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는 기차역이 사람들을 끄는 곳이다. 기차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은 역으로 모여들어, 십중팔구 모르는 이들인 여행객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한다.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중의 '산책 La Promenade'



2차원적 판넬식 간판에서 진화한 3차원의 큐빅 식 간판.. 넘 귀엽다.
로고는 물론 폰트와의 배열 상태 그리고 컬러링.. 간판 전문가를 휠씬 넘어,  어느 예술가의 작품일 것이니..

이제, 저 건물 벽 메시지 전달용 돌출 구조물은  색상과 글자들의 배열과 함께
관광객으로서의 내 들뜬 심사가 superimpose 되면서, 마치 회전 목마 모양의 타임머신을 탄 사람 처럼
난 기억의 단편들이 순식간에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에 가졌었던 이성과 감성의
뾰족한 첨끝들을 객체적 입장에서 언뜻 언뜻 보게 한다.

너무나 사랑스런 모양새와 색상에 내 카메라에 다시 색을 구분하는 능력을 불어 넣은 뒤.. 담아 본다.



유구히 흐르는 역사의 강 생-로랑 위에 밤새 정박해 있었던 크루즈위로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고..
이제 막 깨어나고 있을 각종 선실안의 관광객 들은 성스러운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벌써 반짝 반짝 갑판 청소를 끝내고 원탁 테이블들이 손님들을 맞이할 차비를 끝낸 관광 페리선의
자그맣고 풍만한 몸집에 관광객들은 이제 곧 가득 몸을 실을 것이다.

이 아름답고 깨끗한 초 여름 날씨의 토요일 이라니..



어젯 밤 싱그러운 반달의 기운을 받고 이제 찬란한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생-로랑 강은
평화스럽기 그지 없지만 여느 국가나 도시와 마찬가지로 퀘벡은 뉴 프랑스라는
프랑스 식민지로 시작하여 영국과의 여러 전투를 겪으며  영국의 지배하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으며 캐나다 연방 국가의 일원이 되는 굴곡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 퀘벡시의 부두..

사뮈엘 드 샹쁠랑에 의해 1608년 세워진 퀘벡 시티는 16세기에 건설된 멕시코의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캐나다와 미국을 이루는 북미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인들에 의해 정착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이다.


다시 사소한 나의 일상적 삶으로 돌아와 아침 산책길을 재차 떠 나보면.. ㅎ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를 비롯해 백작, 공작, 후작, 남작등 온갖 칭호의 귀족들과 그 자제들이
한둘씩 창을 열어 젖히며 얼굴을 내밀고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키며 실컷 기지개를 켤 것 같은  튼튼한 성과 그 창문들을 바라다 본다.


 유일한 장거리 육로 여행 수단이 기차였을 무렵 엄청난 자본의 캐나다의 철도 회사는
부유층 고객들의 위한 호화로운 숙박 시설을 제공하며 열차 여행의 고급화를 주도하기 위해 
이곳 퀘벡 시티와 북쪽의 노바스 코샤, 토론토, 그리고 로키산맥이 위치한 밴푸 등
주요 관광 도시에 이와 같은 샤또 스타일의 거대한 호텔들을 짓게 되고  오늘날의 명소로 자리잡게 된다.



샤또 프롱트낙 의 멋진 문장.. 날개달린 날씨한 사자 두 마리가 문장을 떠 받치고 있다.

중세의 봉건 영주들이 유럽의 각 지방에서 소 왕국을 유지하면서부터
그들 왕족과 가문을 상징하는 각종 문양과 문장들이 만들어져 쓰여 왔는데..
유럽 각 지역을 여행 하다 보면 이러한 문장의 문화가 이어져 내려와 
현대적 디자인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저러한 문장의 디자인적 요소에 매료되어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방문할 적 마다
문장 관련 서적이나 포스터등을 구입해 모으기도 했었다.


호텔 맞은 편에는 퀘벡 주 재무부 청사가 위치해 있다.
사실 퀘벡 주는 적자 예산을 운영하면서 캐나다 연방 정부로 부터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으나
퀘벡주 주민들을 위한 사회보장성 혜택을 타 주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유지하고 있어서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오른다..


크레페, 라끌레뜨 그리고 퐁뒤 등을 파는 레스토랑.. 작은 성.. 르 쁘띠 샤또..
음식은 내 입맛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고 저 멋진 간판이 좋았다. ㅎ



올드 퀘벡 시티 내의 프랑스 영사관.
마치 방금 전 새것으로 교체해 달아놓은듯한 깨끗한 국기가 좋았다.




세마리의 흰비둘기 란 뜻의 Trois Colombes..
미술 갤러리 답게 아름다운 건물과 붉은 지붕 그리고 강렬한 적색의 창문 프레임이 인상적이었다.



Trois Colombes 의 붉은 지붕위로 푸르디 푸른 아침 하늘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수십년을 살아가야 할 나라.. 캐나다..
낯설기만 했던 그 국기를 바라보는 심정이 해가 지날 수록 점점 달라져 감을 느낀다.

캐나다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정부에 세금을 내고, 주민으로써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이제 날 지켜줄 새로운 국가로, 새로운 울타리로서  저 국기를 바라다 보고 있으면
정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심정이 되는 것이다.

세계에게 최다의 민족들이 모여사는 캐나다..  어려운 난민들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
하지만 그 개개의 민족들이 그들 고유의 문화와 풍속을 존중 받으며 유지해 살아가는 곳.
상징적이긴 하지만 연방 총독에 이민 온 홍콩계 주민과  최빈국인 Haiti 출신 주민이 총독으로 임명되는 나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출신인지를 밝히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한 이민자들의 나라.

이 나라에 이제 내가 뿌리내리고 아이들이 자릴 잡으면  한민족의 영토가 그 만큼 한뼘이라도 늘어나는 것이다.
예전의 프랑스 인들이 그랬고, 영국인들이 그랬고, 중국인들과 유대인들은 언제나 그래 오고 있고.. ㅎ




see you..

7/19/2011

생각에 잠긴 소녀.. 몬트리올 퀘벡, Montreal Quebec






Why Worry.. Dire Straits


어느 낯선 도시에서 만나곤 하는 Deja Vu 는 아니더라도
간혹 감상에 빠지게 되는 장면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이자 문화 경제적 중심도시였던 몬트리올.

아직 문화 중심으로서의 과거의 관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젠 경쟁도시 토론토로 금융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경제 주체들이 빠져나가 버린
축제가 끝난 후의 허탈함이 오래도록 존재하는 듯한 도시..

마부가 끄는 마차 속에서 단정하게 앉아
석양이 지려하는 고도의 중심도로를 무심히 지나는 한 소녀의 표정은
내 젊은 날의 많은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더군다나..
그 맞은편 도로에서 깨끗한 빈티지 웨딩카가 신부를 태우고 막 지나가고 있을 경우에..


이젠..
신선하게 채워 넣어질 새로운 추억거리 보다는,
어떤 사소한 주변의 자극에 의해서라도
금새 끄집에 내어질 수 있는 오만가지 유사한 추억들로
내 머리 속 수많은 기억 소자들간의 연결 가중치들은 충분히 무겁다..




a young lady was sitting in the wagon
looking around the surroundings
seemingly slowly and nonchalantly..
while a fancy white vintage limousine
was passing by her horse carriage.

a snapshot of image sometimes triggers a series of memories
hidden for a long time far behind my mind..

no matter what it is..
no matter how it associates with the scene..
it's touching and nostalgic.. naturally for me
cause i'm getting old enough.

i have lots more things to remember
than i could experience anything new..


마음씨 착해 보이는 이 마부 할아버지는 또 어찌나 童話 속 馬夫 스러운지.. ㅎ




Poor Boy Blues.. Chet Atkin & Mark Knopfler 

내쉬빌 사운드의 전설 쳇 앳킨스와 Dire Straits의 마크 노플러가
연주하며 부르는 'Poor Boy Blues'..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의 연주는 언제나 너무 편안하다.
세월의 너그러움이 드리워진 그들의 음악은 따뜻하고 친절하기까지 하고..



stay rich.. :p 





4/14/2011

깊고 푸른 밤의 산책 .. Chateau Frontenac sous la lune dans la nuit.., Old Quebec Apr 23 2010



퀘벡의 깊고 푸른 밤.
조그마한 반달이 프렌치 스타일의 깔끔함으로 새초롬하게 떠있고..

프롱떼낙 성은 19세기 당시 호텔 건축 스타일로 유행했었던 
프랑스 城의 양식인 샤또(chateau) 스타일로 지어진 호텔로 
기네스 북에 "관광객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호텔" 로 등재되어 있다.


프롱떼낙 호텔이 위치한 성곽의 절벽 바로 아래 세인트 로렌스(생 로랑)강의 부두에는
대서양을 방금 건너 온듯한 거대한 크루즈가 대낮과 같은 밝음으로 잔뜩 치장한 채
외면하기 힘든 바다 여행에 대한 갈망을 부추기고 있었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득 안고 떠나고 싶다는.. ㅎ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의 북쪽 킹스턴에서 원류가 시작되는 생 로랑 강은
3,000 km 를 넘게 굽이 굽이 돌아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며
북미 대륙의 자양분과 기운을 대서양에 전한다.

4월 말 초봄의 포근한 기운 속에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의 밤 산책이었지만
퀘벡 州 올드 퀘벡 시티의 오래된 건물과 사이 사이 길들은 낯설지 않은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엄격하고 튼튼해 보이는 건물의 펜트 하우스에 난 창마다 옅은 푸른 색의 등이 은은하다.


샤또의 벽돌들은 아마도 천년이 흐르고 또 다른 천년이 흘러도 끄덕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가까이서 보면 레고 블럭이 연상되는데 거대한 크기의 화강암 블럭을 두껍게 쌓아 올려 
조금의 틈도 없이 지어진것 처럼 보인다.


성곽으로 둘러 쳐진 도시는 세인트 로렌스 강에 인접한 절벽 위에 요새와 같이 축조되었고
고지식 할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진 성벽 곳곳에 게이트와 망루가 있다.


금요일 밤 아홉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올드 퀘벡 시티 안에는 인적이 드믈다.
많은 성당과 성공회 교회당 그리고 정부 건물들과 호텔.. 
레스토랑과 식당, 그리고 선물 가게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이제 나 같은 관광객들이 어슬렁 거리며 야경과 古都의 정취를 즐기는 시간이다.






나목의 실루엣 사이로 걸린 달을 보는 것은
당시의 심상과 해당 공간이 주는 감흥에 따라 참 다른 느낌으로 온다.
오늘은 깨끗함과 산뜻함.. 소위, cool 함이다. :p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때의 첫 느낌은
.. 아.. 디즈니랜드 같구나.. 였다.

허지만 이곳은 
유희거리로 가득차 아름답고 화려한 겉 모습과는 달리
뒤에서는 열심히 기계의 톱니 바퀴들이 돌아가는 
꾸며지고 포장된 월트 디즈니랜드가 아니었다.

이곳은 매일의 주 정부 국정이 돌아가고, 미사와 예배가 행해지고, 
국가간의 영사(consulate) 행위가 이루어지며,
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위해서건, 그 자체의 삶을 위해서건
수백년 동안 어김없이 영위되어오는 퀘벡인들의 삶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진짜 공간이며 또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4/12/2011

퀘벡 쁘띠 샹플랑 거리의 아침.. signboard artistry, Petit-Champlain Old Quebec City, Quebec Apr 24 2010


아름다운 古都 올드 퀘벡 시티의 쁘띠 샹플랑 거리..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어여쁜 브띠끄 샵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고
쵸콜릿 가게와 빵집 그리고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에서는 맛있는 향기가 피어나고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장엄한 생 로랭 강에 정박한 초대형 크루즈에서 빠져나온
부지런한 관광객들은 벌써 나들이에 나서고..


긴 머리를 나부끼며 골목을 나서는 아름다운 처자의 실루엣은 다분히 신비스럽기도.. ㅎ



삐에로는 아침 햇살에 잔뜩 그늘이 진 벽 옆에 숨어 있어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

어릿광대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참 광대처럼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 독특한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의 전형적 몸짓에 동질감을 느끼며 잠시 빠져드는 기분은
뭐 그리 짙은 감상적 허무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페이소스를 가볍게 떨쳐 버리거나, 얼버무리며..
맥주나 한잔 하지!.. 하며 친구의 어깨에 손을 감싸는 정도의 가벼운 쾌활함 이랄까.

하지만.. 사실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이제 또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내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어쩔수 없는 반감적 정서가.. 거꾸로 작용하는 것이다. ㅎ


난.. 이태리 삐에로들이 쓰는 여러개의 방울이 달린 저 모자가 마음에 든다.

전 직장에서 근무할 적.. 암스텔담에서는 각 나라의 프로젝트 매니져들이 모인 컨퍼런스가 열린적이 있었다.
첫째날인가 둘째날인가 전 참석자들을 위한 파티가 있었는데,
백여명이 넘는 인원인 지라 암스텔담 시내의 한 전통 레스토랑을 통채로 빌렸었다.

그곳은 레스토랑 전체가 중세 이태리의 성처럼 꾸며져 있고 손님을 맞는 모든 웨이트레스와 웨이터가
중세 복장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중세의 마법사가 타로 점을 쳐주기도 하고
한 구석에서는 중세의 이발사가 의자를 놓고 서있으면서
손님이 원할 경우 직접 머리를 다듬어 주기도 했다.

또 술잔을 들고 레스토랑 안을 어슬렁 거리다 보면
 '장미의 이름' 에서와 같은 중세 수도원의 수사 인듯한 이가
아주 천연덕스럽게 내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거지 행상도 있었고 코큰 마녀도 힐끗거리며 돌아다녔었다.

난 와인을 홀짝거리며.. 와우.. 문화상품으로 최고군.. 속으로 중얼 거렸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캐릭터가 레스토랑 정문에 서 있던 중세 근위병 복장의 사나이들과
저 알록 달록한 삐에로 모자를 쓰고선 서너개의 공을 돌리며 돌아다니던 삐에로들 이었다.   

...

삐에로 Pierrot 는 판토마임이나 예술 코미디 Commedia dell'Arte 에서의 고정 캐릭터로
17세기 후반 코메디-이딸리엔느 Comedie-Italienne 라 불린 이태리 출신 연기자들의 파리 공연으로 시작된다.

슬픈 얼간이, 연인인 꼴룸비네의 사랑을 갈망하며 가슴 아파하는 삐에로..
죽은 어릿광대의 유령으로 초월적면서 강력하고도 명랑한 정신을 가진
검은 얼굴의 할레킨 Harlequin 에게 자신을 내 맏기기도 하는 삐에로..

삐에로는 현대의 대중 문화속에서 모든 장르를 망라하며 등장하는데
그저 웃기기만 하다가도 나중엔 가슴이 아려오게 만드는 독특한 캐릭터 이지만
얼마 전 배트맨 영화에서, 삐에로 분장으로 나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은 내겐 아주 충격적이었다.



성곽으로 둘러진 올드 퀘벡은 정치가, 귀족, 부호 그리고 종교 계층등
소위 '귀한' 사람들이 살던 'Upper Town' 과
기술자, 상인 그리고 그 외 부두 인부등의 계층들이 모여 살던 'Lower Town'으로 나뉜다.



샤또 프롱뜨낙 앞의 빨간 지붕의 Bistro 1640 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Upper Town에서 Lower Town으로 천천히 걸어내려 갔다. 



건물 사이에 줄을 걸고 흔들거리는 단순한 인형들을 설치했다.
creativity.. 란 단어가 떠올랐다.


성직자가 들고 있는 홀 끝에 걸린 아침 햇살의 逆光.

종교가 절대권력이었던 시절..
만인지상이었던 그 수장을 민초들은 저렇게 태양같이 바라봤을 것이다.
검은 그림자처럼 감춰진 권력자로서의 이면과 함께.



Lower Town으로 들어서는 작은 골목 어귀에 위치한 쵸콜릿 샵..
여기서 부터 쁘띠 샹플랑 (Petit-Champlain) 거리가 시작된다.

쵸콜릿은 서양사람들에겐 절대 없어서는 안될 필수 군것질 거리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나라에는 수 많은 길거리 음식을 포함하여 
세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군것질 거리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쵸콜릿과 사탕류, 포테이토 혹은 옥수수 칩등의 chip 종류가 전부다. 

그래서 쵸콜릿이 너무 너무 다양하다. 
저런 전문 쵸콜릿 가게에서는 손으로 직접 녹여 만드는 온갖 모양과 맛의 쵸코렛을 선보이고 있다.


이 오래된 도시의 골목 골목 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이 스미는 가운데
식당에는 신선한 고기와 야채가 배달되고, 갓 구운 빵이 배달되고,
테이블 셋팅이 시작되며 장식 초들이 놓이기 시작하고 화병들엔 꽃들이 꽂여질 것이다.



프렌치의 얄미울 정도의 독특한 자부심과 뛰어난 심미감은
이 작은 거리 역시 소박하지만 미적 창의성이 곳곳에 배여있게 했다.




나 어렸을 적 이런 곳에 오면 저런 기념품 샵들에 가득 진열된 물건들만 눈에 들어 왔었다.

관광지에서의 그저 그런 상투적 기념품들이 어찌그리 예쁘고 특이해 보이던지..
머그잔이며, 패치며, 스티커, 체스판 등등.. ㅎ

하지만 이젠 저런 샵들에서 뭘 파는 지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저 그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과 가게 주인의 모습,
그리고 가게의 생김새 그 자체만 눈에 들어오고
이러한 공간이 가지는 특별한 향기를 느끼면서 그저 어슬렁 거리는 것 자체가 즐겁다.

호기심으로 가득차서는 어떻게든 추억을 물건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젊었을때의 행태는
이제 代 를 이어 내 자식들이 그러한 성향을 띄며 반복되어 갈 것인데
어째, 내 아이들은 어딜 다녀와도 도무지 뭘 사오는 게 없다.

녀석들이 겉 늙은 게 분명하다..ㅎ

물건에 대한 욕심은 없고 그저 예쁜 간판과 창문들에나 관심이 있는 난 
가게 주인들에게 별 환영받지 못할텐데 
그래도 그들은 내가 자신들의 가게를 예뻐하면 좋아하긴 한다.



퀘벡 주(Province of Quebec)의 깃발은 푸른 색 바탕에 흰 십자가,
그리고 프랑스를 상징하는 백합 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날 그날의 요리에 대한 메뉴를 손으로 적어 논 그 자체가 참 프렌치 스럽다.

일본을 처음 갔을 때 식당에서 본 붓글씨 메뉴들에 감탄 적이 있었는데
이곳의 메뉴는 좀 더 컬러풀하고 캐쥬얼 하달까..  그래서 식욕을 더 돋군다 할까.. ㅎ



퀘벡에 도시가 세워진 지 벌써 400년이 흐르고 있다..









windows are the soul of a house
as somebody defined in which i well agree upon.. :-)







au revoir mainten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