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2012

아침..그리고 '일상적인 삶', Old Quebec Apr 25 2010


그르니에 의 얇고 경쾌한 수상집 '일상적인 삶'에는 '아침'에 관한 섹션이 없다.
'정오 L'Heure de Midi', 심지어 '자정 L'Heure de Minuit' 까지 있음에도..

그는 밤의 사색을 위해 찬란한 아침을 희생했는지도 모른다.. ㅎ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고독이나 침묵 혹은 비밀로 인해 사람들과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을 분석해 보면, 일상 생활로부터 삶의 결.. style..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 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들어난다.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La Vie Quotidienne '



이제 까지의 내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아침'을 생각해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의 설레임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고,
전혀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그 아침을 대하자 마자 온통 내 영혼의 시계가 멈춘 듯 한 적도 있었고
제발 오지 말았으면 하는 저주의 대상이기도 했고,
또한 감상적 추상체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저 기계적이고도 단호한 시간의 흐름 속 한 場을 이루기도 했었다.

토론토에서 퀘벡까지 10시간이 넘는 여행이었지만..
또 저녁 내내 산책을 하고선 밤 늦게까지 여러 잔의 맥주를 마신 상태로 골아 떨어질 만도 했는데..
아름다운 퀘벡의 아침은 날 부르고 있었다.. 조용히..


.. 이봐요, 피터.. 일어나 아침을 만나요.. 어서..



모든 것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완벽하다!..
라고느낄 정도의 아침을 맞이한 기억은 내 경우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한 '완벽하게 망가진 아침'을 맞이한 기억도 내 경우 그리 많지 않았는데,
결국 난 그저 평범한.. 소위 '일상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는 거다.

그리고 장그르니에 선생께서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중요한거니..
하며 부드럽게 역설하고 있으니.. 기쁘다. ㅎ..

아침 일찍 조식과 함께 시작되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호텔 로비를 나서는 순간 맞이한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의 콜로라도 Fort Collins 에서의 아침.

미국 로키 산맥이 부드럽게 드리워 지는, 지리산 같은 부드러운 능선이 덴버에서 부터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해발 2,000 미터 고원의 도시 포트 콜린스의 아침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신선했다.
아침 습기 한 방울 한 방울이 파랗게 물 들어 있을 것 같기도 했는데,

.. 아.. 흰 손수건을 하늘로 던지면 푸른 색 물이 들어 떨어져 날릴 것 같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Palo Alto)의 겨울..
섬머 타임의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벌써 높게 떠오른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태양에
선그라스를 꺼내 쓰며 코 끝이 쨍한 상태로 운전석에 오르곤 했던.. 신선하고 촉촉했던 아침..

여름 긴긴 밤 무주 적벽강변에서 지프를 세워놓고 사나이들끼리의 야영을 즐기며
밤새 달빛이 흐르는 Moon River의 禪 적 분위기에 한껏 취한채 맞이하던 강 안개 가득 피어 오르던 아침..

논문 과정 중 캄캄한 실험실에서 시그널 찾아 내느라 밤새 레이져 기기들과 씨름하다가
문득 고개들어 실험실 쪽 창문을 바라봤을때.. 밝아오던 여명의 아침..

비행기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억지로 잠을 청하다 깨다를 반복하다..
문득 작은 슬라이딩 창문을 올려 바깥을 바라 봤을때.. 눈앞에 펼쳐지던 끝없는 구름바다..
그 구름바다의 수평선 위로 떠오르던 수줍은 태양과 함께 맞이하던 높은 상공에서의 아침..



.. 산책에서 장소는 얼마나 중요한가? 어떤 공원들은 그 이름이 아예 '산책(로)' 이다.

그리고 극장이나 뮤직홀에는 프롬느와르 promenoir 즉 입석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말은 원래 주민들이 자주 산책하는 가로수길을 의미했었다.

파리에서 먼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는 기차역이 사람들을 끄는 곳이다. 기차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은 역으로 모여들어, 십중팔구 모르는 이들인 여행객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한다.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중의 '산책 La Promenade'



2차원적 판넬식 간판에서 진화한 3차원의 큐빅 식 간판.. 넘 귀엽다.
로고는 물론 폰트와의 배열 상태 그리고 컬러링.. 간판 전문가를 휠씬 넘어,  어느 예술가의 작품일 것이니..

이제, 저 건물 벽 메시지 전달용 돌출 구조물은  색상과 글자들의 배열과 함께
관광객으로서의 내 들뜬 심사가 superimpose 되면서, 마치 회전 목마 모양의 타임머신을 탄 사람 처럼
난 기억의 단편들이 순식간에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에 가졌었던 이성과 감성의
뾰족한 첨끝들을 객체적 입장에서 언뜻 언뜻 보게 한다.

너무나 사랑스런 모양새와 색상에 내 카메라에 다시 색을 구분하는 능력을 불어 넣은 뒤.. 담아 본다.



유구히 흐르는 역사의 강 생-로랑 위에 밤새 정박해 있었던 크루즈위로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고..
이제 막 깨어나고 있을 각종 선실안의 관광객 들은 성스러운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벌써 반짝 반짝 갑판 청소를 끝내고 원탁 테이블들이 손님들을 맞이할 차비를 끝낸 관광 페리선의
자그맣고 풍만한 몸집에 관광객들은 이제 곧 가득 몸을 실을 것이다.

이 아름답고 깨끗한 초 여름 날씨의 토요일 이라니..



어젯 밤 싱그러운 반달의 기운을 받고 이제 찬란한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생-로랑 강은
평화스럽기 그지 없지만 여느 국가나 도시와 마찬가지로 퀘벡은 뉴 프랑스라는
프랑스 식민지로 시작하여 영국과의 여러 전투를 겪으며  영국의 지배하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으며 캐나다 연방 국가의 일원이 되는 굴곡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 퀘벡시의 부두..

사뮈엘 드 샹쁠랑에 의해 1608년 세워진 퀘벡 시티는 16세기에 건설된 멕시코의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캐나다와 미국을 이루는 북미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인들에 의해 정착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이다.


다시 사소한 나의 일상적 삶으로 돌아와 아침 산책길을 재차 떠 나보면.. ㅎ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를 비롯해 백작, 공작, 후작, 남작등 온갖 칭호의 귀족들과 그 자제들이
한둘씩 창을 열어 젖히며 얼굴을 내밀고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키며 실컷 기지개를 켤 것 같은  튼튼한 성과 그 창문들을 바라다 본다.


 유일한 장거리 육로 여행 수단이 기차였을 무렵 엄청난 자본의 캐나다의 철도 회사는
부유층 고객들의 위한 호화로운 숙박 시설을 제공하며 열차 여행의 고급화를 주도하기 위해 
이곳 퀘벡 시티와 북쪽의 노바스 코샤, 토론토, 그리고 로키산맥이 위치한 밴푸 등
주요 관광 도시에 이와 같은 샤또 스타일의 거대한 호텔들을 짓게 되고  오늘날의 명소로 자리잡게 된다.



샤또 프롱트낙 의 멋진 문장.. 날개달린 날씨한 사자 두 마리가 문장을 떠 받치고 있다.

중세의 봉건 영주들이 유럽의 각 지방에서 소 왕국을 유지하면서부터
그들 왕족과 가문을 상징하는 각종 문양과 문장들이 만들어져 쓰여 왔는데..
유럽 각 지역을 여행 하다 보면 이러한 문장의 문화가 이어져 내려와 
현대적 디자인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저러한 문장의 디자인적 요소에 매료되어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방문할 적 마다
문장 관련 서적이나 포스터등을 구입해 모으기도 했었다.


호텔 맞은 편에는 퀘벡 주 재무부 청사가 위치해 있다.
사실 퀘벡 주는 적자 예산을 운영하면서 캐나다 연방 정부로 부터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으나
퀘벡주 주민들을 위한 사회보장성 혜택을 타 주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유지하고 있어서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오른다..


크레페, 라끌레뜨 그리고 퐁뒤 등을 파는 레스토랑.. 작은 성.. 르 쁘띠 샤또..
음식은 내 입맛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고 저 멋진 간판이 좋았다. ㅎ



올드 퀘벡 시티 내의 프랑스 영사관.
마치 방금 전 새것으로 교체해 달아놓은듯한 깨끗한 국기가 좋았다.




세마리의 흰비둘기 란 뜻의 Trois Colombes..
미술 갤러리 답게 아름다운 건물과 붉은 지붕 그리고 강렬한 적색의 창문 프레임이 인상적이었다.



Trois Colombes 의 붉은 지붕위로 푸르디 푸른 아침 하늘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수십년을 살아가야 할 나라.. 캐나다..
낯설기만 했던 그 국기를 바라보는 심정이 해가 지날 수록 점점 달라져 감을 느낀다.

캐나다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정부에 세금을 내고, 주민으로써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이제 날 지켜줄 새로운 국가로, 새로운 울타리로서  저 국기를 바라다 보고 있으면
정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심정이 되는 것이다.

세계에게 최다의 민족들이 모여사는 캐나다..  어려운 난민들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
하지만 그 개개의 민족들이 그들 고유의 문화와 풍속을 존중 받으며 유지해 살아가는 곳.
상징적이긴 하지만 연방 총독에 이민 온 홍콩계 주민과  최빈국인 Haiti 출신 주민이 총독으로 임명되는 나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출신인지를 밝히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한 이민자들의 나라.

이 나라에 이제 내가 뿌리내리고 아이들이 자릴 잡으면  한민족의 영토가 그 만큼 한뼘이라도 늘어나는 것이다.
예전의 프랑스 인들이 그랬고, 영국인들이 그랬고, 중국인들과 유대인들은 언제나 그래 오고 있고.. ㅎ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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