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5/2008

綠 Invitation to Nature, 영지산 Myungjeesan Mountain Korea 2004






- 2000 7 29

- 맑음 그리고 우뢰와 천둥을 동반한 엄청난 소나기
- 형님, 바람, 바다 그리고 나; 형님의 처녀 Off를 위해 명지산 가다

지난 토요일 영등포 경찰서 사거리 금강 카센터에
엄지 손가락 만한 황금색 풍뎅이가 날아 들었다.

사십도가 훨씬 넘는 녹아버릴 듯한 아스팔트 위를 날아
그 많은 차량과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된 연기와 불순한 공기를 마다 않고
왜 그 고귀하고 화려한 풍뎅이가
나의 페인트 통 가장자리에 앉았을까....

난 당시 루니의 Roll Cage와 Side Step의 색을
진홍색으로 칠하고 있을 때였다.
왼손으로 든 페인트 통으로 붓을 적시려
오른손이 가는 순간
그 멋진 놈이 날아와 앉았다.

난 옆에서 무개(형님의 지프)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형님에게 다가 가며 말했다.
형, 자연이 나에게로 왔어...! 이것 봐요..
자연이 네게로 왔다고? ..
야...너 왜 그러니... (형님의 야유^,^)

그는 자연으로 부터 온 전령 이었을까?
그 Invitation to Nature를 받아들고 찾은 명지산에는
날 반기는 온갖 형태의 향연이 있었다.
새콤 달콤한 맛으로 초록과 빨강
그리고 노랑색을 두텁게 띈 채로
사랑스럽고 화려한 벅찬 모습으로
자연이 내게로 왔다.

지난밤의 멋진 통나무 집 숙소에서도
그 자연의 전령은 내 어깨 위로 내려 앉았었다.
바베큐 그릴 속 장작의 마지막 불꽃을 바라보며
자정을 훨씬 넘어서 까지 담소를 나누던 우리 일행 중에서도
바로 내 어깨위에 또 다른 모습으로 살며시 앉았었다.

형님: 영건아, 네 어깨 위에 뭐가 앉았다.
나: 어! 여치네..!
형님: ...?...
나: 형님! 이것 봐! 자연이 내게로 자꾸 오잖아!
형님: 쟤는.. (형님의 야유 ... ^,^ _
...

다음날 아침 명지산 ...

성장할 때로 성장한 산에는
지난 초봄에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꽃들이 있었다.

아카시아 향기를 가진 연보라 꽃 향기는
나의 코를 돌아
운전석과 조수석 아래 자리를 한바퀴 돌고는
뒷 자석에 놓아둔 문짝과 배낭
그리고 Winch(차랑자체구난장치) Wire를 어루만지고서
하늘로 향해 피어 오른다.

나와 하늘 사이에 그 매혹적인 향기를 단절시키는 아무것도 없다.
루니가 지붕도 없고 문짝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루니의 노랑색보다 더 진노란색의 꽃이 있고
오렌지 주황색의 큰 패랭이 꽃잎 같은 꽃도 있다.
세번째 차는 두터운 오렌지 색이어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산길 좌우의 나무 덤불들과 가지들이
날 만지려 수 많은 손을 내민다.
산길가의 산딸기는 차를 잠시 멈추고
손을 내미니 바로 쥐어진다.
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후식으로 먹어야지.

융단느낌의 까만 제비꼬리 나비가
본니트 위를 하느적 거린다.

무개와 루니의 Roll Bar 기둥에 묶은 해먹위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지난 주는 버거운 한 주일 이었던 모양이다.
마흔이 넘어 나타나는 특이한 징후들도 나타 났었지.
그래 쉬어야지...

에어콘 바람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등을 감싸니 한기를 느낀다.
탁족을 위한 바위는 어떻게 그리 편평하고 내 궁둥이가 딱 들어 맞을까.

바다는 얼음 같은 계곡물에 온 몸을 다 적시고 있다.
악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몇 초간
그 신비스러운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팬티만 입은 그의 모습에 우리는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킬킬거린다.
아...행복한 휴식이여...사나이들만의 시간이라니...

해먹에 누워 계곡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지나가며 언뜻 언뜻 푸르름도 비치고...

불같은 단풍이 타던 작년 가을
솜처럼 펑펑 눈이 날리던 제작년의 겨울
벌써 몇년째 난 이 계곡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

다시 계곡을 거슬러 돌아 오는 길

탱크 만큼이나 웅장한 발진음을 가진 루니가 주행하는 바로 앞에서
가슴이 노란 산새가 뛰어 들어 종종 걸음을 친다.

사륜 1단으로 바위길을 서행하는 루니가 천천히 다가가면
저만치 쪼르륵 날아가 기다리고 또 날아가 기다리고...
그러기를 대 여섯 차례...

자연이 내게로 왔고
날 초대한 그들은 주인으로서 날 대접하는 것일까.

폭우로 험하게 파헤쳐 지고 심하게 경사진 모퉁이를 돌자
제비꼬리 나비들 십여 마리가 군무를 한다.
루니가 다가가도 비킬 생각도 하지 않는다.
루니를 멈춰 세우고 카메라를 든다.

본니트 하단을 배경으로 그들의 무리 춤이 앵글 안으로 들어 온다.
뒤따르던 형님은 영문을 모른채 경적을 살짝 누른다.

형님, 또 자연이 내게로 왔어요...
난 속으로 말한다.

무전기는 고장난 상태다.
강씨봉을 넘어 산허리 중턱 쯤 왔을까.
통째로 넘어진 소나무 사이를 겨우 빠져 나오는 장면을
바다는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후두둑 소리가 나며 주변이 어두워 진다.
새끼 손가락 굵기의 소나기가 삽시간에 쏟아진다.
번개가 번쩍이고 엄청난 천둥이 온 산을 진동 시킨다.
너무나 즐겁게 그 비를 맞으며 문짝을 단다.
창문도 달고 앞 뒤 호로도 씌운다.

향연의 피날레는 장엄했다.
자연은 그렇게 날 초대했고
나에게 베풀었으며
또 그 장중한 환송 행사로 그의 권위를 확인 시켰다.

* 첫 오프를 나온 형님은 무개의 파워에 완전히 정신이 나갔고
이제는 무개와의 호흡을 완전히 맞출 수 있다고 호언 장담했다.

형님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난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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