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9월 7일 오늘 아침 출근길..토론토에서 내가 좋아하는 24 시간 클래식 뮤직 채널 96.3.
이들의 모토는.. Great music for a crazy world.. :p
첨엔 젊잖은 클래식 스테이션의 슬로건이 뭐 저러냐.. 고 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그럴 듯 한 사실이다.
세상이 미처갈수록 음악이라도 제대로 된 걸 들어야 된다는.. ㅎ
짧막한 7시 뉴스가 흘러 나왔다.
.. 오늘 토론토에서는 애완 동물의 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가 개원합니다.
주 대상은 개와 고양이인데요, 애완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보살핌이 극진해 지면서
수명이 늘어난 만큼, 암 발생율이 높아져 애완동물 전용 암 센터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 뉴스를 듣고 내 머리속을 맴돌기 시작한 단어가 있었다.
.. 부조리..
인간들의 곁에서 충실한 애완의 역할을 하느라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되며 수명이 엄청나게 연장되어 왔지만
그 부작용의 표상으로 생겨나는 이곳 저곳의 암덩어리와 더불어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강아지들.. 고양이들..
자신들의 애완동물 치료에 들이는 엄청난 돈의 액수를 마다 않으며,
애정 가득한 몸짓과 표정으로 그 병들었지만 죽지도 못하는 동물들을 어루만지는 사람들..
정성스럽고 애틋하긴 하지만 기괴함과 우스꽝스러움 역시 함께하는 그 상황.. 부조리라는 말과 함께 출근 시간 내내 떠 올랐다..
인간이 같은 값이면 애완 동물 보다는 곤궁에 처한 다른 인간들을 도우는 게 옳을 것이라는
진부한 내 생각 자체도.. 부조리 한 것 같기도 하다.
금이야 옥이야 온갖 정성으로 키워 놓았더니 급기야 부모를 때려 죽이는 인간이 생겨나는 마당에,
예외없이 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애완동물들이 인간보다 더한 대접을 받는다 해서
특별할 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뭐든지 정도 문제인 것인 것이다..
인도 여행 중 스믈여섯 시간의 첸나이 익스프레스 기차 여정 중 마주치게 된었던
멀쩡하게 잘 생기고 감수성도 깊을 것 같은.. 그리고 감청색 셔츠를 깨끗하게 입은 이청년은,
광이 번쩍거리는 스테인리스 받침판위에 이것 저것 정성스럽게 포장된 스낵을 놓고선 이제 막 객실안으로 들어설 차례였다.
그런데..
고작 몇 루피 정도일 저 스낵 봉다리 몇십개를 팔기 위해 그가 들인 정성들은 부조리할 정도로 극진했다.
이승에서의 삶이 고단할수록 저승에 대한 극단적 판타지를 부추기는 것은 위로와 구원이라기 보다는 착취가 아닌가..
더군다나 그 종교적 부추킴의 주체측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금력 속에 이승의 온갖 달콤함을 다 맛보고 있는 터에..
부조리의 극치는 가장 찾기 힘들어야 할 곳에서 오히려 가장 손쉽게 찾아지는 자기증명적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실험실의 한 햄스터가 다른 햄스터에게 말했다.
'나는 저 학자를 길들였어. 내가 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저자가 나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지.'
..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의 신작 '우리의 神들 (Nous les Dieux)' 에서 인용
누구의 눈에는 인간의 이 모든 부조리함이 그저 조크일 뿐일지도 모른다..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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