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2011

디까프리오의 'Body of Lies'.. 우린 테크놀로지로 부터 안전한가?!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등장하는 대형(大兄 Big Brother)은
테크놀로지 입장에서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소박할 따름이고, 어느면에서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오웰은 단순한 기술적 구체성을 넘어 전체주의 국가에서의 대형이 이용하는 집단 심리,
정치 선전 및 심리학적 디테일 까지 훌륭히 묘사한 것이지만..

CIA 요원 디카프리오는 무인정찰 및 폭격기인 프레더터(Predator)의 도움을 받으며 작전을 진행한다.
프레더터는 마치 태양처럼 사막 한가운데에서건 도시의 다운타운에서건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
이 가공할 무인 정찰 및 폭격기를 조종하는 파이럿 팀의 멤버들은
디까프리오가 활동하는 위험 천만한 중동의 어느 뒷골목이 아닌
수천 마일 떨어진 워싱턴 펜타곤의 어느 벙커에서 커피를 마시며 혹은 껌을 씹어가며..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세계 어느 지역이든 날아가 모든 걸 조종하고, 감시하고 판단하고 필요시 공격한다.




상황에 따른 지시를 내리는 일견 nerd 같아 보이는 CIA의 팀장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워싱턴의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인 지시를 내리고.. 폭격 지시를 내린다..



노드롭 그루만(Nothrop Grumman) 사에 의해 제작된 그로벌 호크는 자체 임무 프로그램이 주어진 대로
지상 컨트롤 센터의 조정없이 스스로 이륙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여 착륙할 수 있는데,
물론 지상의 명령에 따라 고도를 조정하거나 목표 지점을 수정하며 진행할 수 도 있다.
보통의 여객기들의 운항고도인 3만 피트의 두배인 6만 피트 상공.. 
즉 18.3km 상공을 30시간 동안지구 둘레의 반이나 되는 2만 km를 비행할 수 있는 
이 무인비행기의 눈(目 Eyes)은 오웰의 상상을 휠씬 초월하는 것이다. 

오래 전 정찰 위성의 등장으로 이미 大兄을 넘어 太兄 적 전 세계적 감시 체계가 이루어져 오고 있었지만 
이러한 개별적이고도 다이내믹한 행동 반경의 감시 체제가 등장함으로써, 
관련 국가 혹은 관련 당국자가 원할 경우, 지상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일들도 모두 파악되고
직접적인 제어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인간 전투기 조종사들의 위험 감수가 따르지 않는 이러한 무인전투기들이
테크놀로지의 고도화와 더불어 실용화 되면서, 아니 이미 전투의 효율성이 더 뛰어나 지기 시작하면서,
전쟁을 수행해야하는 통치권자 및 정치가들에게 있어 인명 손실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획기적 줄여주는 대안으로
무인항공기들은 각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관련 기술 및 노하우의 발전은 가속되고 있다. 

화성 탐사, 목성 탐사등과 같은 인류사에 길이남을 고귀한 발자취들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정치인들에게 있어 차기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당장 카운트 되는 전장에서 희생되는 전사 장병들의 숫자는 그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한다.

미항공우주국 NASA 는 최근 미해양대기국 NOAA 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최첨단 무인 비행기인 글로벌 호크를 이용한 GoPac(Gobal Hawk Pacific)의 첫 임무인 
글로벌 호크의 태평양 상공 비행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고 발표했다.

에일리언의 두상을 닮은 미끈하고 차갑게 디자인된 글로벌 호크는
한국 정부가 전력 증강의 일환으로 줄기차게 미국에 판매를 요구하고 있는
전략적 무기 체계에 속하는 것으로 일본 역시 애타게 구매를 기다리고 있는데..
군사 목적으로 설계되고 운용되어 오던 이러한 첨단 비행체가
민간 기관의 연구와 평화적인 목적으로 쓰이게 된다는 소식이 매우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미 항공 우주국 에서 제공하는 이 멋진 평화로운 글로벌 호크의 첨단 기능들을
탑재된 장비를 통해 잠시 그 가공할 大兄的 능력들을 엿보기로 한다.


호크의 입 부분에 위치한 CPL 이란 장비는 대기에 레이져 펄스를 쏜 후 반사파를 측정하게 되는데
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즉 반사된 빛을 탐지하여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구름과 대기의 에어로졸의 구성 및 밝기를 측정하는 것이다.



ACAM 은 호크의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장착된 두개의 스펙트로미터 즉 분광분석기와 
한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로써 햇빛이 대기에 의해 분산되고 흡수되는 효과를 분석함과 동시에
지구 표면 상태를 관측하게 된다.


MMS는 기상측정 시스템으로 대기 압력, 온도, 공기의 불안정하고 급속한 흐름인 터뷸런스,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수직 수평 방향의 풍속을 측정하는 장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측정은 호크가 날아가는 바로 주변의 대기를 측정하는 것으로,
호크가 날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원하는 데이타를 얻게 되는 것이다.

UAS Ozone 은 미해양대기국 NOAA의 무인 오존 측정 장치로서
날아가는 호크 주변의 공기 샘플을 채취하여 시스템 내에 설치된 자외선 램프와
자외선 탐지기 사이로 통과하게함으로써 오존의 수치를 측정한다.

NASA의 글로벌 호크는 이외에도 많은 개별 측정 장비들이 달려있는
날아다니는 첨단 실험실이 되겠는데.. 지루할 것 같아 이쯤에서 줄이기로 한다.

"글로벌 호크는 과학적 임무 수행에 있어 혁신적인 비행체로써 그 엄청난 비행거리와
내구성에 기인하는 것이지요. 이제까지의 그 어떤 과학적 플랫폼도 호크와 같이 드넓은 범위 상에서 정확한 시간에 급속히 변화하는 대기 현상에 대한 샘플을 채취할 수 없었습니다. 샘플을 구하기 매우 힘들었던 지역의 기상 데이타를 수집하는 이러한 임무는 이 비행체만의 고유한 능력을 보여줄 첫 기회가 되겠습니다."

Greenbelt, Md. 에 위치한 NASA의 Goddard 우주비행센터의 과학자인 폴 뉴먼의 말이다.

애초에 전쟁 수행을 위해 극한 상황에서의 개발된 글로벌 호크는 소위 밀리터리 스펙을 가진 놈이다.

미 국방부(DoD) 스펙의 요구사항은 그 문서의 두께만 봐도 일단 질린다.

내가 KAIST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 한국군의 C3I 라는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국가에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파트너는 미국 굴지의 방위산업체였고, 미국방부 스펙에 준하는 군의 요구 사항에 맞춰 솔루션 디자인과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은 각론 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이 또한 미 식품의약청 FDA 에 문서 요구사항에 비하면 약과이긴 하지만. ㅎ

그러한 혹독한 전장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살아남기 위해 디자인 되었고, 현재 파키스탄과 아프칸 등지에서 개별적 인간 살상을 위해 정밀 폭격이 요구되는 기민한 기동성으로 무장된 글로벌 호크의 능력이 이러한 정밀한 대기 탐사와 지질 측정 등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십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위 강대국들의 관련 정치가들이나 정보 분야에서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의 인간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엇이든 볼수 있고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수십여기의 초정밀 전략적 정찰 위성들과, 이들과 연계되어 개별적 전장에서의 필요한 임무를 족집게로 집어내듯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호크나 프레더터등의 가공한 무인 비행체를 운용하고 있다.

필요시, 타겟이 되는 한 인간의 지상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드라마 보듯 지켜 볼 수 있는 기술적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그러한 기술적 진보는 과거와 같이 소수의 권력 엘리뜨 들에 의해 잘 다듬어진 법체계 속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력을 가진 범죄 집단이나, 사악한 마음을 가진 소수의 개별적 천재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은 디지털 시대, 네트워크로 모든게 연계되어 가는 오늘날에는 언제나 가능하다.. 그리고 손쉽다.

어쨌거나.. 죄짓지 않고.. 혹은 죄 덜 지으며.. 나서지 않고 차카고 쪼잔하게 사는 게 젤 편한것 같다. 굳이 튀게 살아서 프레더터의 고해상도 눈에 띌 필요가 없는 거다.. ㅋ

꽤 잘만들어진 영화 'Body of Lies'.. 레오나르도 디까프리오와 레셀 크로의 멋진 연기가 빛난 이 영화에서 테크놀로지 입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테러집단의 집단적 지능 역시 전혀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프레더터에게 완전히 노출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이들이 쓴 전술은 프레더터의 초 고해상도 카메라의 눈을 잠시 멀게 하기 위해, 아주 굵은 입자인 먼지를 발생 시키는 것이다.

네 대의 차량이 마구 돌면서 발생시키는 흙 먼지로 인해 프레더터가 보내주는 화상을 모니터 하고 있던 본부의 작전 팀은 어느 차량으로 주인공이 납치 되는 지를 순간 놓치고 만다.

최첨단의 디지털 전사들이 아나로그 유목민 전사들에게 참패하는 순간.. 러셀 클로의 짧은 탄식이 멋지다..

물론 고성능의 적외선 열상장비등을 사용하여 야간에도 온도차를 이용한 시야를 확보하거나 레이더를 이용하여 연기나 구름, 운무 혹은 굵은 입자의 먼지들이 형성되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볼 수 있긴 하지만...

또하나.. 영화에 대한 인터뷰 영상에서 디카프리오가 언급하고 있지만.. CIA 본부의 작전 팀은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첨단 장비들로 중계되어 오는 실시간 정보와 기존 데이타 데이스에 수록된 방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보를 취합, 분석, 의사 결정 및 지시를 내린다. 필요 이상의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절하고도 적시적인 정보를 원하는 시점에 취합 분석해야 하는 반면..

전투 상황과 테러가 상시로 벌어지는 중동의 한 재래 시장 뒷 골목과 허름한 전통 까페 등지에서 활약하는 지상 요원 디까프리오에게는 관련 지역에서 CIA와 연계되어 일하고 있는 로컬 정보원들의 정확하고도 치명적인 아날로그 정보가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전달된다. 먹다 버린 종이 컵속에 대충 구겨 넣어진 작은 종이 쪽지등으로.. 한단어, 한마디, 한 눈빛, 한 제스쳐, 등등의 지극히 단편적인 것들이지만.. 작전의 성패와 목숨이 걸린 것들이다.

멋진 대비다..

수천마일 밖에서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위성을 비롯한, 온갖 스마트한 최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된 군의 전력이 버티고 있다 해도 종국적인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지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걸어다니는 뚜벅이 아날로그 보병이 끝까지 잘 싸워줘서 깃발을 땅에 분명히 꽂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See you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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