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의 방.., Fort York Bathurst and Front St. Toronto Jun 18 2009
요즘의 전쟁 영화처럼 소위 Cool 하거나 블록버스터 급은 전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6.25 전쟁 당시의 전투 에피소드를 그려냈던 KBS 주말 연속극 전우.
극중 전투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애수어린 그리고 어쩐지 좀 촌스럽기도 한 이 주제가 만큼은 기억이 생생하다.
가사가 정말 마음을 울렸었다.
대부대를 호령하는 지휘관도 아니고 직업군인으로 지원한 용병도 아닌..
그저 고향에 부모형제 다 놔두고 전쟁의 비극 속으로 뛰어 들 수 밖에 없었던 民草 병사들..
이 노래들 들으며 그들의 이미지를 그리다 보면 가슴이 막 미어진다.
구름이 간다.. 달도 흐른다
피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건너 들을 질러 앞으로 간다..
무너진 고지위에태극기를 꽂으며
마음에는 언제나 고향이 간다.
...
부친은 평생을 軍에서 보내셨다. 거의 40년 동안..
과거의 군인가족들은 참 먹을 것도 없었고.. 살곳도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는 언제나 전방의 다 스러져 가는 초가집 같은 곳에서 삯월세를 사셨다.
항상 연탄가스 중독에 어질어질 했고 같이 사는 집 주인의 사나운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
부친이 대위 이셨을때 부대엔 주식인 쌀이 없어 감자로만 떼우신 적도 있으셨다.
하두 배가 고파 부식을 담당하는 선배 장교를 주먹으로 때리신 적도 있으셨다.. 으이구..ㅋ
마치 지금의 북한군처럼 헐벗었을 당시였다.
내 어린시절 부모님들은 그토록 온갖 고생을 하셨지만
그리고 곱게만 자라오신 어머니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항상 편찮으셨지만,
난 그 물좋고 산좋은 전방이 온통 다 놀이터였다.
눈깔사탕이라도 먹으려면 한참을 황토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읍내로 나와야 가능했고.. 운이 좋을 경우 그 맛있는 짜장면 맛을 볼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은 어린 내게 풍성한 간식거리를 언제나 제공해 줬는데
냇가에서 어항으로 잡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피라미들..
가을에 곡식이 익을때면 논에는 수많은 메뚜기들이 온 사방으로 날라다녔다.
주전자에 가득 잡아온 메뚜기들을 소금을 좀 치고 연탄 불위에 올려 놓고 익혀 먹으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가끔 산으로 올라 계곡으로 들어가면조그만 돌들을 들칠때마다 가재가 있었다.
역시 주전자 가득 잡아온 가재를 끓이면 빨갛게 변했고 통채로 씹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Red Lobster 였던 것이다. ㅋ
어린아이들이라 어른들이 캐오는 것처럼 거대한 크기는 아니었지만 산에 가면 칡을 캐먹을 수 있었다.
당시의 향긋한 미국산 쥬시후레쉬 껌 만큼 cool 하진 않았지만..ㅎ..
달작지근 맛이 참 좋았는데.. 지금 보면 굉장한 건강식인 거다.
특히 이런 자연이 주는 건강한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온갖 군데를 다 뛰어 돌아 다녀야 하니
신체발달 과정에 있었던 나로선 이보다 좋은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어린 내가 섭취해야할 단백질, 칼슘, 미네랄 그리고 각종 비타민들은
온통 주변의 소박한 자연 속에서 나왔다.
놀랍게도 온세상이 눈으로 가득 덮힌 삭풍의 겨울에도 먹을 게 풍성했다.
그건 콩이었는데, 잘 익은 콩이 덩쿨채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들을 꺽어 불을 피우면
금새 몸이 따뜻해 지면서, 마른 콩 껍질이 까맣게 탄다. 그걸 까면 김이 모락 모락 나면서 예쁘게 익어있는
뜨끈한 콩들이 나오는 것이다. 얼어터지는 손발을 종종 거리며 그 김나는 콩들을 까먹는 맛은 정말 좋았다.
그러고 나면 입주변은 물론 얼굴 구석 구석이 검댕으로 시커멓게 변하는데 그런 모습 역시 즐거웠다.
그렇게 친구들끼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보면.. 뭔가 맛있는 향기가 피어오른다.
그것은 바로.. 불을 피우면서 위에다 대충 막 던져 올려 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감자들이다..
화들짝.. 녀석들을 불타다 만 막대기로 끄집어내고선 그 까맣게 탄 두툼한 껍질을 젖히면..
와....!!! 그 향기하며.. 그 뽀송거리는 전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맛이다.
중국의 어느 남방민족 요리집으로 초대받아 가서 애피타이저라고 나온 전갈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곤충 튀김, 서울의 어느 룸 사롱에서 고급 안주라고 나온 메뚜기 튀김,
어느 나라에 가던지, 스테이크를 오더 할때면 매번 같이 시키던 구운 감자..
그런데.. 어릴적 춥고 배고팠던 당시 먹었던 그 때 그맛을 도저히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거다.. ㅎ
초등학교 4학년 말 서울로 전학을 와서는 죽~ 서울생활을 했지만
그 전엔 초등학교만 세곳을 다니며 부친과 전방 생활을 했었는데
어머니과 간호 장교들을 제외하면 온통 남자들이었고 동생 역시 남자였던지라
남성 위주의 공동체.. 특히 군이라는 특수목적집단에서 난 유년 및 소년시절을 보낸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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